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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조이기, '투기형' 잡으려다 '생계형'만 유탄 맞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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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조이기, '투기형' 잡으려다 '생계형'만 유탄 맞을판

입력
2009.07.0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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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의도치 않은 후유증이 불거질 조짐이다. 투기적 수요를 잡자는 것이 대출규제의 취지지만, 엉뚱하게도 생계형 수요자들이 유탄을 맞는 분위기다.

현재 시중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해,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 적용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LTV를 높게 인정해주고, 신용도가 낮은 고객은 보다 까다롭게 한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투기와는 관계없는 서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주택담보대출 옥죄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애초 주택담보대출을 조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려 거품을 형성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 사실 시중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의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실물경기나 부동산경기와 관계없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세다. 무려 25개월째.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은행, 농협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209조1,153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183억원 증가했다.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월평균 담보대출증가액은 평균 1조2,00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선 2조원을 웃돌고 있다.

왜 늘어나나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주택담보대출이 화약과도 같은 부동산가격에 불씨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점. 특히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쪽이 걱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월 말 72.8%(약 167조원)에서 올해 3월 말 73.6%(약 181조원)로 높아졌다. 반면 지방은 27.2%(약 62조원)에서 26.4%(65조원)로 낮아졌다.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 상당수가 수도권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 3구의 6월 아파트 거래량(2,032건)이 작년 11월(133건)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세를 바로 부동산 거품과 연결짓기는 곤란해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의 상당부분은 신용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생활자금 및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형 대출 아닌 생계형 대출이 많다는 얘기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올 2~5월 주택담보대출의 약 절반 정도는 주택 구입용이 아니라 생계형 대출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정쩡한 당국의 태도

문제는 은행들이 투기수요와는 관계없는 서민(저신용자)들의 주택담보대출만 조이고 있다는 것. 반대로 신용도가 좋은 부유층들은 아무 구애 없이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수 있다. 결국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생계형 대출은 억제되고, 투기적 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저신용자 생계형 대출을 줄이는 대신 집값이 올라 담보가치가 충분한 주택구매자의 대출비율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은행 건전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부동산 가격상승은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담보 없이도 저신용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마당에 자기 집을 담보로 생계비를 대출 받는 것까지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보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실제 주택구매자 대출규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뒷짐만 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을 뿐 은행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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