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체를 물에 띄웠을 때, 그 물체가 물에 가라앉는 데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게와 부피 중 어느 것일까요? 설명해볼 수 있는 사람?"
교사의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66.12㎡(약 20평) 크기의 교실에 앉아 있던 25명의 학생들이 앞 다퉈 손을 들며 "저요! 저요!"를 외쳐댄다. 호명을 받은 학생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답변한다.
"부피가 크다고 해서 꼭 무겁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물체가 물에 가라 앉는 데 더 영향을 주는 것은 부피보다는 무게입니다." 교사가 "잘했다"고 칭찬하자 동료 학생들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공항에서 다시 자동차를 타고 2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농촌도시 더후이(德惠)의 'NHN 희망학교'. 이 곳 5학년 교실에서 1학기말 시험에 대비한 과학과목 총정리 수업이 한창이다. 여느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업 분위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면서 활기차게 수업을 진행한 게 얼마 안됐어요. 과거엔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조차 싫어했으니까요. 지금은 호텔인 셈이죠." 기자에게 학교를 안내하는 류원쮜(劉文擧ㆍ59) 교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1954년 건립된 이 학교는 재건축이 이뤄진 지난해 8월까지 변변한 개ㆍ보수 공사 한번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날씨가 흐린 날이면 교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칠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천정과 흙벽 사이로 물이 흘러내려 교실 바닥 곳곳에 금세 물웅덩이가 생기기 일쑤였다.
제대로 된 책걸상이 없어 공사장에서나 쓰는 베니어판을 벽돌 위에 얹어 놓고 맨바닥에 앉아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신발과 옷 등이 젖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싫어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예습, 복습이나 공부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날씨에 대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었죠. 그만큼 학교 환경이 나빴으니까요. 소풍을 가는 날도 아닌데,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 먼저 살펴야 했습니다. 하늘에 먹구름이라도 조금 보이면 학교에 입고 가는 옷부터 다르게 챙겨 입어야 했거든요." 6학년에 재학 중인 양지아청(家成ㆍ12)군은 불과 몇 년 전 저학년 때의 기억을 상기된 얼굴로 또렷하게 떠올렸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 보니 2,500여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 주민들은 자녀들을 인근 학교로 전학 시키기 시작했고, 학생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때는 학교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아예 입학생이 줄어드는 바람에 학교 자체가 폐교될 처지에 몰렸습니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이 많았지요." 1968년 이 학교를 졸업한 류원쮜 교장은 모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2008년 2월경,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로부터 예상치 못한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인터넷 기업 NHN의 후원 학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는 정부 재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빈곤 계층의 교육문제를 사회 각계의 기부금을 유치해 해결하는 '희망공정(希望工程)' 사업을 주도하는 비영리 단체. NHN이 "지린성에 있는 학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곳을 돕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자, 오래 전부터 이 학교 사정을 알고 있던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 측이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2006년부터 학교 건립 활동에 나선 NHN은 지린성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총 9개(6월 말 현재)의 학교 건립을 후원했다.
"가뭄 끝에 만난 단비와도 같았죠. 학교나 학생들은 물론, 이 지역 주민의 오랜 고민이 단숨에 해결됐으니까요. 학생과 주민들 모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감격했습니다." 과학을 담당하는 리우진펭(刘景峰ㆍ52) 교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행복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7개월 여 공사 끝에 2008년 9월 리모델링을 끝내자, 곧 허물어질 것 같았던 건물이 11개의 교실과 도서실, 실험실, 교무실, 당직실 등을 갖춘 산뜻한 학교로 탈바꿈했다. 새 옷으로 갈아 입은 학교에는 학생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고, 곧 활기를 되찾았다. 교육 환경이 개선되니, 수업시간 아이들의 집중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학교 성적도 더후이 지역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새 학교 덕분에 마을 분위기도 좋아졌다. 교육 여건이 나은 지역으로 자녀들을 옮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말에는 주민들의 대소사를 치루는 주민회관으로 활용되는 등 'NHN 희망학교'는 마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저에게도 꿈이 생겼어요. 빨리 커서, 선생님이 될래요. 한국의 따뜻한 기업 NHN처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과학 선생님을 꿈꾸는 5학년 리링퀴앙(李林强ㆍ11)군의 얼굴에선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NHN의 사회공헌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경영 이념은 '지식 및 정보 공유 평등화 실현'이다. 그래서인지 NHN의 사회공헌 활동은 도서 보급 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책을 자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원활한 독서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지식ㆍ정보 격차에 따른 사회 불균형을 해소해보자는 취지에서다.
NHN은 도서 보급 사업의 테마를 '작은도서관 개관'으로 정하고 2005년부터 본격적인 도서관 건립에 착수했다. 그 해 전국 농어촌과 산간벽지를 중심으로 17개의 마을도서관을 열었고,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언론 등의 관심에 힘입어 사업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부터는 매년 50개의 마을도서관을 열고 있다. NHN의 도서관 건립 사업은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관심을 갖고 자료를 요청할 만큼 벤치마킹 모델로 각인됐다.
NHN은 2005년부터 이동식 마을도서관인 '책 읽는 버스'(현재 4대) 운행을 시작, 공공도서관이나 마을도서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전국의 오지를 방문해 독서진흥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북리펀드' 캠페인도 NHN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매월 출판인회의가 선정한 50권의 도서를 읽고 반납하면 구입한 책값의 절반을 돌려준다. 또 반납된 도서는 전국 네이버 마을도서관 및 '책 읽는 버스'를 통해 문화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인터넷 기업답게 온라인 상의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2005년 7월부터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운영 중이다. 5월말 현재 262만명의 네티즌과 77개 기업이 참여해 누적 기부액 120억원을 넘어섰다.
NHN은 도서 보급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인터넷을 활용해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권혁일 NHN 사회공헌담당 이사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번 째 과제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후이(중국)=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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