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충남 태안군 마도 북동쪽 300m 해상. 머리에 수중 카메라를 단 잠수사 3명이 수심 8m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자 바지선 위 모니터에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커다란 돌로 접근한 잠수사들은 돌을 밧줄로 묶고 공기 주머니 6개를 달았다. 공기 주머니에 공기를 주입하자 길이 172cm 폭 77cm의 거대한 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백년 전 이곳에서 침몰한 배의 나무닻에 매달려 있던 '닻돌'이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자연석을 다듬지 않고 사용한 점으로 보아 중국이 아닌 우리 배의 닻돌"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닻돌이 나온 건 벌써 11개째. 길이 270cm에 무게 500㎏의 대형도 있다. 큰 배의 경우 2개의 닻을 쓴다 해도 최소 5~6척의 배가 묻혀있다는 뜻이다. 성 소장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유물이 나올지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라며 흥분했다.
마도 인근 해역은 '선박의 공동묘지'로 불린다. 고려시대 외국 사신 등이 묵던 객관인 안흥정(安興亭)이 인근에 있어 사신선ㆍ무역선의 중간 기착지였는데,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조류가 급해 해난 사고가 잦았다.
최근 몇년 새 이곳에서 유물 발견 신고가 잦자 문화재청은 지난해 마도 인근 해역을 사적으로 가지정했고, 4월부터 두 달 동안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 900m 거리를 두고 두 척의 선체가 매장돼있음을 확인했다. 한 척은 고려 선박, 다른 한 척은 12세기의 것으로만 추정된다.
특히 고려 선박 인근에서 발견된 석탄 덩어리의 경우 당시에도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유물이다. 판독은 불가능하지만 수중 발굴에서 최초로 죽간(竹簡)이 나왔고, 볍씨, 철제 솥과 화로, 수저 등도 발견됐다.
발굴된 도자기들은 11~14세기의 고려 청자와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 송~청대의 중국 도자기까지 다양하다.
김영원 국립전주박물관장은 "도자기 대부분이 중ㆍ상품인데 오리와 당초문이 그려진 고려청자 접시는 왕실급의 명품이고, 접시 안쪽에 세 개의 원을 반복해 찍은 조선 초기 분청사기도 상당히 희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해저 유물의 보고인 태안을 장기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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