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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해고대란 앞장 '희한한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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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해고대란 앞장 '희한한 공기업'

입력
200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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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개정 지연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일반 기업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의 3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무기계약으로 연장토록 한 입법 취지를 잘 살려야 할 공기업들이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주택공사는 31명의 비정규직에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이에 앞서 토지공사는 148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보훈복지공단도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맞춰 산하 보훈병원들에 비정규직 근로자 383명을 단계적으로 해고하라고 최근 통보했다. KBS도 1일 6명의 비정규직 직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영세ㆍ중소기업도 아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이미 무기계약 전환이나 파견 근로 등을 통해 비정규직법을 대비해 해고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대기업과 대조된다.

국책연구소의 석ㆍ박사급 연구원들도 대거 계약 해지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일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원 60여명을 포함해 2년 계약이 만료된 총 94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석ㆍ박사급 연구원이라 해도 석사 수료 또는 박사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인 연수생이 대부분"이라면서 "핵심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진행중인 연구에 큰 차질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활용해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어서 개인적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천문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 7명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 3명도 계약 해지됐다.

이처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계약 해지에 앞장서는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에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토공·KBS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은 대량 해고 사태를 보여주고 싶은데 이것이 일어나지 않자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통해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홍희덕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은 7만1,861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6만9,02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전환율이 96%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서는 목표치 1만6,950명 중 1만4,96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 88%로 전환율이 떨어졌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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