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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비업체 휘청… "SOS, 로비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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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비업체 휘청… "SOS, 로비해야 할 판"

입력
200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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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비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위기로 주요 고객이 몰락한데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009년 6월 현재 미국 의회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1만 764명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의회 등록 로비스트가 감소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대출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기지은행연합(MBA)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임직원의 15%를 해고하고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워싱턴 북부의 로비회사 밀집지역 케이 스트리트의 영화와 위용을 상징하던 이 회사 본부 건물은 일부가 비어 있다. 미국 보험업계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보험협회(AIA)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레이시커트는 임기 2년을 남기고 올해 초 퇴임했다. 그의 퇴임으로 회사는 25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로비산업이 위축된 이유는 고객사가 로비에 쓰는 돈을 줄였기 때문이다. WSJ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산업이 의회와 행정부 로비에 지출한 금액은 1억470만달러(1,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AFP통신은 "보험사 AIA(옛 AIG)가 올해 1분기 로비에 130만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로비 자금액의 15%"라며 "AIA,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들이 정부를 의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비산업의 3대 고객사인 '파이어'(FIREㆍFinance, Insurance, Real Estate 금융, 보험, 부동산) 세력이 금융위기로 몰락한 것도 원인이다.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등 로비에 큰 돈을 쓴 금융기업은 문을 닫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에 로비업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소비자보호청 창설 법안 초안을 제출하는 등 금융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그가 대선 공약으로 건 로비와의 전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담배산업규제법에 서명했는데 1994년 의회에 제출됐으나 담배회사의 로비로 지지부진하던 법안이 통과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장악하는 미 의회도 최근 금융기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WSJ은 "케이 스트리트의 로비회사가 초봉 30만달러에도 로비 인력을 구하지 못하던 시절은 흘러간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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