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새로 되찾은 명동예술극장에서 제 희곡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니, 최고의 타이밍과 최고의 장소지요."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광장> 의 작가 최인훈(73)씨가 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 모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
그는 34년 만에 복원된 명동예술극장에서 10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연출 한태숙)의 원작자이다. 대표작 <광장> 을 비롯해 <회색인> <화두> 등 분단 현실을 다룬 소설로 명성을 떨친 최씨는 7편의 희곡을 발표한 희곡작가이기도 하다. 화두> 회색인> 광장>
그는 "활자뿐인 소설과 달리 희곡은 살아 있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작가의 머릿속 환상이 현실 시공으로 나온다는 매력이 있다"면서 "특히 연극은 예술의 가장 오랜 형식이자 모든 예술의 효시"라고 말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최씨의 첫 희곡으로 1970년 옛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됐고 73년, 75년, 86년에도 재공연돼 큰 인기를 누렸다. 초연 때와 같이 온달 모 역을 맡은 연극배우 박정자씨와 서주희, 정동환, 김수현씨 등이 출연한다.
'삼국사기'의 온달 설화가 소재지만 최씨가 그리는 평강공주는 공주의 연약한 이미지 대신 강인한 신념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이만큼 매력 있는 인물을 소설에서는 만들어 보지 못했어요. 소설을 쓸 때는 자기 검열이 심한 편인데 희곡은 내 성미에 맞는지 과감하고 화려하면서 감상적으로 쓰게 돼요. 희곡만큼 정열을 쏟아 소설을 썼다면 좀 더 다른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싶을 만큼."
올해 최씨의 희곡은 이번 공연과 5월에 막을 내린 '한스와 그레텔', 9월에 있을 '둥둥 낙랑둥'까지 3편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내 희곡집이 소설 못지않은 애독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희곡이 문학사적으로 굉장한 위치에 있죠. 셰익스피어, 괴테 모두 희곡작가 아닙니까. 한국은 영화와 TV드라마라는 연극 발전의 강한 적수가 있기는 하지만, 증권회사로 넘어갔던 명동예술극장 건물을 연극인에게 돌려줄 만큼 성숙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 예술애호가들의 관심도 계속 붙들 수 있을 겁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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