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담금질 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습니다."
원로 언론인 덕전(悳田) 권혁승(77)씨의 첫 서예전이 8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일흔 일곱 살 '희수' 맞이 개인전이란 의미로 '권혁승 희수(喜壽) 서예전'이다.
73세에 서예에 입문, 5년여 동안 갈고 닦은 한글 서예를 비롯해, 서예의 기본 5서체인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체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비로소 묵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권씨는 대표작 초서체로 쓴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비롯해 '충(忠)' '효(孝)' '청진(淸眞)' 등의 작품을 통해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 예서체로 쓴 '죽무속운 매유기향(竹無俗韻 梅有奇香ㆍ대나무는 세속적인 기풍이 없고 매화는 기이한 향기가 있다)', 전서로 쓴 '청산녹수(靑山綠水ㆍ푸른 산은 늙지 않고 푸른 물은 유유히 흐른다)', 행초서 '심정즉필정(心正則筆正ㆍ마음이 바르면 글씨가 바르니, 이에 법으로 삼을 만하다)' 등 작가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가득하다.
특히 가로 45cm 세로 135cm의 한지 위에 천자문 한 자 한 자를 빼곡히 써 내려가 10폭으로 꾸민 '천자문 십곡편'은 작가의 서예에 대한 애정과 정성을 엿보게 한다.
권씨는 "희수전을 목표로 정진하라는 남전 원중식 선생의 가르침을 외면할 수 없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개인전을 열었다"며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 붓을 놓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씨의 희수기념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찬조 출품한 남덕우, 원중식, 문정자, 송명섭씨 등의 서예와 서각, 서양화 등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권씨는 강릉제일고(구 강릉상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와 서울경제 편집국장, 서울경제 사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경제전략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02)734-4205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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