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이다. 정부가 2일 발표한 투자촉진 방안은 최근 발표된 여느 종합대책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세제 지원, 자금 지원, 기업환경 개선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망라한다.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화끈한 세제 지원에 나서기로 했고, 각종 비과세ㆍ감면 일몰제도를 정비하겠다면서도 R&D 관련 일몰제도는 대부분 연장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그간 논란만 무성했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방어수단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키로 했고, 국책은행과 국민연금까지 동원해서 대규모 설비투자펀드까지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기업들이 투자에만 나서준다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줄 수 있는 당근은 뭐든 다 주고, 걸림돌이란 걸림돌은 모조리 제거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민간 투자가 살아나주지 않으면 경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고, 특히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좌우할 기초 체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날 "이제 재정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기업이 투자를 통해 성장에 이바지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건은 정부가 바라는 대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 줄 것이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민관합동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하반기 30대 그룹의 시설 및 연구ㆍ개발(R&D) 투자 계획이 40조802억원. 작년 하반기에 비해서 6.1% 감소한 수치다.
적어도 현재보다 40조원 이상 투자가 늘어나야 우리나라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지만, 이번 투자 촉진책이 투자 확대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껏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온 건 세제 지원이 부족해서도,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아서도, 자금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재계 한 인사는 "다른 핑계가 많기는 하지만 결국에 는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를 꺼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세제 지원 혜택을 보자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보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정작 기업들이 절실할 때는 투자를 외면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세제 지원 등의 과실만 따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대기업들의 경우 이번 대책으로 기본적인 투자만 해도 세제 혜택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투자 증대 효과는 없이 재정만 축 내는 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말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믿어본다는 심정으로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이번에도 기업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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