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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해고만이 능사인가… "우린 무기계약직으로 해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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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해고만이 능사인가… "우린 무기계약직으로 해법 찾았다"

입력
200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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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김포공항지점에서 전담 텔러로 근무하는 차태경(여) 주임은 입행 1년 3개월째인 지난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아직 근속 2년이 되지 않았지만 업무 성과 등을 고려해 선발된 것. 차 주임은 "고용이 정규직처럼 유지돼 너무나 기쁘고 안심이 된다"며 "앞으로 정규직 전환 시험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이란 임금은 정규직에 못 미치지만 해고 요건은 정규직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한 고용 형태.

정치권과 노동계가 비정규직 해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금융권이나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창구 직원이나 계산원 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법이 발효된 후 노사 합의를 통해 2년 근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미 2년 전부터 무기계약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논란의 와중에 일부 노동현장은 무기계약직으로 해고대란의 우려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들이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전부터 노사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이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같은 국내 은행뿐 아니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은행권 전체 비정규직 인력 중 3분의 2 정도는 근속 연수가 2년이 넘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며, 나머지 직원들도 2년이 될 때마다 전환될 예정이다. 은행권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임금만 차이가 날 뿐 복지제도나 정년 등은 거의 동일하다.

유통업계는 2007년 이른바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해법 마련에 나섰다. 당시 이랜드 노조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이 홈에버와 뉴코아 등에서 비정규직 900여명을 해고한 데 대해 항의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고, 이를 지켜본 다른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계산원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신세계가 가장 먼저 5,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롯데마트도 매장관리직 직원 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년 이상 근무한 계산원과는 무기계약을 체결, 2년간 2,700여명이 전환했다. 홈플러스도 2년 이상 근속 계산원에 대해서는 근무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4,000명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중이다.

전국 자치단체도 2007년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다. 지자체 무기계약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57살)까지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봉급이 일반 공무원보다 낮고 승진 기회가 없어 '준공무원'으로 불린다.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행 비정규직법은 계약 기간 2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높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며 "임금과 복지는 비정규직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계약 연장을 해도 법적 문제가 없으며 단지 해고 요건만 정규직처럼 강화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대신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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