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남 당진의 동부제철 전기로 제철공장. 길이 8m의 대형 전극봉에 전류가 흐르자, 전기로 안에 들어있는 고철이 불꽃을 튀면서 쇳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인 전기로 제철공장이 첫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공사 시작 20개월 만에 준공된 이 제철공장은 김준기 회장의 '40년 꿈'을 집대성한 곳이다. 김 회장은 1970년대 초반 합금철 제조로 철강업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철강사업은 아니었다. 건축자재 등 완제품을 만들긴 했어도, 원료(열연강판)를 밖에서 조달하다 보니 '의존형 제철' 사업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고철을 녹여 연간 300만톤 규모의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제철공장을 완공함으로써 명실공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원료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제철회사로 거듭났다.
전기로 제철공장은 '녹색성장' 그 자체다. 자원(고철)을 재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 방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도 적다. 쇳물 1톤을 생산할 경우, 전기로 방식(1,500Mcal)의 에너지 소비량은 용광로(5,800Mcal)의 25% 수준.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량도 용광로의 4분의 1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규제가 강화될 경우 탄소 거래를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동부제철이 도입한 콘스틸(Consteel) 방식은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공법으로 평가된다. 통상 전기로 뚜껑을 열어 고철을 넣는 것과 달리, 전기로 측면에 난 입구로 고철을 투입한다. 전기로가 항상 밀폐되기 때문에 분진과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높다.
동부제철은 그간 덩치(작년 매출 3조1,000억원)는 컸지만, 실속(영업이익률 1%)이 없는 회사의 표본이었다. 포스코(20%)와 현대제철(13%)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번 원료 자급 선언으로 영업이익률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열연강판을 자체 생산함으로써 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한광희 사장은 "공장 가동으로 영업이익률을 12.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진=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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