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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4> 중국 정부의 정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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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4> 중국 정부의 정책을 읽어라

입력
2009.07.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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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자동차는 올해 들어 6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30만대 이상을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신장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시장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정체 현상을 보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ㆍ기아차가 불과 6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의 정책을 한 발 앞서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1,600㏄ 이하 소형차에 대한 구매세(소비세)를 10%에서 5%로 인하함과 동시에 소형 및 준중형차 마케팅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정책 예측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현대ㆍ기아차가 기존 주력하던 2,000㏄급 이상 중ㆍ대형차 시장에서 소형ㆍ준중형차 시장으로 발 빠르게 전환한 것과는 달리, 경쟁사는 그 때서야 정부 정책에 대응하느라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는 등 허둥거렸다. 현대ㆍ기아차는 올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에 적합한 신차를 대거 출시함으로써 고공행진 중인 판매 증가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 현대ㆍ기아차 중국서 무한질주

사실 현대ㆍ기아차는 그간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 치우쳐 있었다. 중국 현지 트렌드와 수요자의 니즈를 반영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판매하던 모델을 그대로 중국 시장에 내놓거나 관성대로 중ㆍ대형차 시장에 매달렸다.

하지만 성장세가 벽에 부딪치면서 기존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소형 및 준중형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준중형차 시장(C2세그먼트)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40%를 점하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차가 준중형차인 '신형 아반떼'(위에둥)와 '구형 아반떼'(아반떼 XDㆍ현지명 엘란트라)를 앞세워 중국 대륙을 공략한 결과 판매량이 1월 3만대 수준에서 6월엔 5만1,000여대로 치솟았다. 시장 점유율 순위도 지난해 같은 기간 7위에서 올 들어 상하이대중, 이치대중, 상하이GM에 이어 4위에 올라섰다.

기아차도 최근 준중형차인 '중국형 포르테'를 내놓고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아차는 이미 출시된 소형차 '쎄라토'를 단종시키지 않고 병행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은 혼류 생산으로 신ㆍ구형 모델 생산이 자연스럽고, 국내와 달리 수요층이 두터워 구형 모델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면서 "신ㆍ구형 아반떼와 포르테로 중국 준중형차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정부 자동차 내수 진작책 호기

최근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내수 진작책 때문이다. 중국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GDP 증가율은 2007년(13.0%)에 크게 못 미친 9.0%에 그쳤고, 지난해 4분기 6.8%, 올해 1분기에는 6.1%로 낮아지는 등 하락세가 더욱 확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는 6.7% 증가한 938만1,000대에 그쳐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동차 수요 진작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소형차(배기량 1,600㏄ 이하)의 구매세를 인하했다. 또 3월부터는 저속 트럭을 폐차하고 경트럭 또는 배기량 1,300㏄ 이하 승합차로 대체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수요 진작책이 먹혀 들면서 올 들어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10% 가깝게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자동차 판매 1,020만대를 돌파,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에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명채 베이징현대차 브랜드전략 부장은 "금융위기 와중에도 베이징현대차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세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소형차와 준중형차 판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메이커 간 경쟁 심화

하지만 지금의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메이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GM은 비록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중국 사업은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9만대였던 중국 판매를 2013년까지 200만대로 늘리고, 2014년부터는 소형 SUV를 미국에 판매하는 등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중국 판매가 떨어진 도요타는 4월 상하이모터쇼에 와타나베 사장을 급파,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벌였다. 중국 토종 업체들도 품질 개선, 생산설비 투자 확대, 다양한 신모델 출시, 해외업체 인수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을 이기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현지 여건에 맞는 신차를 적시에 내놓는 등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사장 "중국 정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3박자를 갖춰야 한다. 우선 중국 정부의 정책을 잘 파악해 사업 방향을 잡아야 한다. 중국 시장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현지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시장의 수요에 맞춰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여건을 든든히 갖출 때 비로소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얘기할 수 있다."

노재만(61) 베이징현대차 사장은 1일 중국에서의 성공 전략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ㆍ판단력 ▲현지화 한 제품ㆍ판매력 ▲시장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2002년 12월 취임한 노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야전사령관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다. 그가 지난 6년6개월 간 베이징현대차에서 이룬 성과는 쾌속 질주하며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베이징현대차의 2003년 판매량은 약 5만대. 그런데 지난달에는 월 5만대 판매를 달성해 몸집을 10배 이상 키웠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7위에서 올해 4위로 급상승했다.

노 사장은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1,600cc 이하 차량에 대해 구매세(소비세)를 절반 낮춰주는 '가차하향(家車下鄕)' 정책을 계기로 판매망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생산능력을 높이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했던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의 가차하향 정책을 예견하고 중국 전역의 북ㆍ동ㆍ남 3개 지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3,4급 도시에 대한 딜러망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지금도 노 사장 사무실의 정중앙 벽면에 붙어있는 대형 중국지도에는 9개 권역의 판매수치가 매달 기록되고 있다.

노 사장은 지도를 가리키며 "각 권역에서 시장 점유율 9% 이상을 달성하면 적색으로 표시하고 5% 미만은 청색으로 표시한다"면서 "지도를 모두 적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이 같은 '적색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8월에 중국 현지에서 개발한 신형 'EF소나타'를, 9월엔 'i30'를 잇따라 출시한다. 올해 5월 초 노 사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한 올해 중국 시장 판매목표는 45만대.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보면 50만대도 넘어설 기세다.

노 사장은 "베이징현대차 ??이(順義)공장은 이미 풀 가동돼 조기 설비투자와 생산시설 확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연 6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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