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동안 열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동안 열풍

입력
2009.07.01 23:51
0 0

한창 반짝거릴 나이인 십대 후반에도 나는 곧잘 "아가씨"로 불렸다.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왜 그 나이에 세상의 고민이란 고민은 다 진 사람처럼 갖은 폼을 다 잡았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귀엽다'는 찬사를 듣지 못했다. 정작 귀여울 나이에도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더더욱 가망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땐 어른스러워 보인다라는 말이 싫지 않았다. 실제 나이에 대한 자신감에 고민하지 않는 청춘이란 청춘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얼마 전 만난 한 후배는 조금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그 학교의 선생인, 우리가 다 아는 시인 H씨가 또래들 가운데 끼어 있는 그녀를 콕 집어 한마디 했다고 한다. "액면가가 좀 되시는 듯한데…" 그 말을 전해들은 여자들 모두 동시에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여느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시인의 그 표현에 한번, 그 역시 보통 남자들처럼 젊음에 관심이 있다는 것에 한번. 실은 나조차도 언제부턴가 어려보인다는 인사성 멘트가 싫지 않았다. 어두운 강남의 밤거리, 청년이 정신없이 건네준 전단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100% 부킹이 자랑인 젊은이들 전용 클럽이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주름 하나 없는 동안(童顔)도 난처할 것 같다.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