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소냐 소토마요르 항소법원 판사가 내린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려 소토마요르 판사의 사법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토마요르 판사는 히스패닉계로는 최초로 지난달 연방대법관에 지명돼 다음달 13일 시작하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소토마요르 판사가 소수인종의 권익에 치우치는 사법적 편견에 사로잡힌 것 아니냐는 보수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연방대법원은 29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시당국이 소방관의 승진시험에서 소수인종이 승진 대상에 극소수만 포함됐다는 이유로 시험 결과를 백지화, 백인 소방관들의 승진을 불허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시당국은 5년 전 실시한 승진시험 결과 흑인은 한 명도 없이 히스패닉계 소방관 2명만 승진 대상에 포함되자 이를 무효화했다. 시험 결과를 무효화하지 않고 백인들만 대거 승진시킬 경우 소수인종에 대한 불평등을 금지한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자 시험에 합격한 백인 소방관 19명이 "피부색을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다"며 시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2월 소토마요르 판사가 속한 항소법원은 시당국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번에 대법원은 찬성 5, 반대 4로 백인 소방관들의 손을 들어주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당하게 승진 자격을 얻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수의 불균형은 차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연방법에 따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동등한 기회는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제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이번 판결은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등 보수파는 "소토마요르 판사의 인종적 배경이 그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그의 사법적 정체성을 엄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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