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지표가 지난해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이런 추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10년 동안에도 줄곧 이어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에서 더 악화됐다. 진보정권의 분배 우선 정책, 보수정권의 성장 치중 정책 모두 말로는 서민층 보호와 분배 개선을 앞세웠으나 올바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진정 중산층 확대의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한다면 성장-분배-복지가 함께 가는 실효성 있는 정책조합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전국 가구의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비중은 2007년 58%에서 지난해 56.4%로 하락했다. 반면 빈곤층(50% 미만)은 이 기간에 18.3%에서 19%로 늘고 상류층(150% 이상) 역시 23.7%에서 24.6%로 높아졌다. 허리는 약해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말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중산층 비중이 68.5%, 빈곤층이 11.3%였던 것에 비하면 사회의 건강성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
통계청과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득 5분위 배율(5.74)과 지니계수(0.316)가 가장 악화된 것에서도 이런 추세가 잘 드러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위기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몰려오면서 올해 주요 분배지표가 최악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서민층은 실업 폐업 임금삭감의 공포에 떠는 반면 자산계층은 위기를 기회 삼아 부를 더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대통령부터 앞장서 서민정책을 외치고 있으나 왠지 공허하다. 자산계급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취약계층 보호보다 더 두드러지는 까닭이다. 재계가 법인세 인하 유보 얘기가 나오자마자 강력히 반대하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하지만 분배구조가 잘못된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와 재계, 자산계층이 이 점을 놓치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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