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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빠 초청 '프렌디 마케팅' 나선다/ "아빠는 내 친구… 학교 가서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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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빠 초청 '프렌디 마케팅' 나선다/ "아빠는 내 친구… 학교 가서 놀아요"

입력
2009.07.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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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언남초등학교. 한 달에 두 번 있는 '놀토'(수업 없는 토요일)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작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빠 힘 내세요"란 주제를 내건 이날 운동회에는 '프렌디'(Friend+Daddyㆍ친구 같은 아빠) 1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교생 770명에, 2명의 자녀를 둔 아빠들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참석률이 20%에 육박하는 셈. 지난해 9월 개최된 첫 대회에는 90여명의 아빠들이 참가했다.

아빠들은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페이스 페인팅'을 해야 했다. 자녀들과 친숙해지기 위한 첫 관문이다. 아빠들은 "뭘 이런 걸 다…" 하며 쑥스러워 했지만, 이내 각종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들은 이어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 콘테스트를 위해 자녀들과 멋진 포즈를 연출하느라 바빴고, '아빠와 함께 하는 축구ㆍ피구' 신청서도 금세 빼곡히 찼다.

개회식에 이은 '몸 풀기' 레크레이션 시간. 아빠들은 체조도 하고 공도 굴리며 차츰 어색함을 벗고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갔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발목 풍선 터트리기'였다. 아빠와 자녀들이 청군, 백군으로 편을 나눠 상대방의 발목에 달린 풍선을 터트리는 게임이다. '삑~' 하는 호각소리가 나자마자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뻥~ 뻥~'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났다. 게임에 몰두한 아빠들의 열성에 진행교사가 "아버님들, 애들 풍선은 좀 봐주면서 터트리세요"라는 방송을 내보내야 할 정도였다.

엄마들은 이 날 만큼은 운동장 한 편에서 손뼉을 치고 응원을 하며 '관중' 역할을 했다. 김은주(40)씨는 "남편이 휴일이면 피곤에 지쳐 낮잠만 잤는데 딸과 이렇게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아빠와 함께하는 피구ㆍ축구, 아빠 대항 배구, 가족 탁구ㆍ줄넘기, 전통 놀이 등이 이어졌다. 오전 3시간 가량 진행된 '미니 운동회'였지만, 아빠와 아이들은 한층 도타워진 사랑을 한아름 얻어갔다.

5학년 딸을 둔 이성두(40)씨는 "아이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설 때에는 솔직히 피곤하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딸과 함께 뛰다 보니 무척 즐거웠다"면서 "앞으로 공개 수업이나 학부모 총회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프렌디'가 각광 받는 시대, 초등학교들이 '아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운동회나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들이 자녀들의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이 과정에서 자녀들의 학습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언남초교는 운동회 외에도 지난 5월 광릉 수목원에서 '아빠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7월에는 '아빠와 함께 하는 마술' 행사도 열 계획이다. 박경춘 교장은 "아빠들이 가정 안에서 설 자리가 좁아졌는데, 각종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와 자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빠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운동회를 휴일에 여는 학교도 부쩍 늘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늘푸른초교는 5월 중 개최하던 운동회를 지난해부터 5월1일 근로자의 날로 앞당겨 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 이후 아빠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학부모 총회나 공개 수업 등 각종 교육활동 발표회에도 아빠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용인 성지초등학교는 운동회를 오후 5시에 시작한다. 아빠들이 조금 일찍 퇴근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가을 별빛 독서 축제'를 함께 개최, 운동회가 끝난 뒤 오후 10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초등학교들이 '아빠 마케팅'에 적극적인 것은 아빠들의 학교 활동 참여가 자녀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주로 떠맡았던 학교 활동에 아빠들도 함께 함으로써 교사-학부모간 커뮤니케이션이 한층 원활해져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조은옥 성지초교 교감은 "젊은 신세대 아빠들을 중심으로 학교 프로그램 참여율이 늘고 있다"면서 "가족 구성원간 유대는 물론, 자녀들의 정서 함양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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