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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한화 감독 인터뷰/ 꼴찌·지긋지긋한 연패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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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한화 감독 인터뷰/ 꼴찌·지긋지긋한 연패 "여유가 없다"

입력
2009.07.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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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심정이 이럴까.

지난 3월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러나 한화가 프로야구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로 추락하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국민 감독' 김인식(62) 한화 감독은 26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힘들다, 힘들어!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꼴찌로 추락한데다 5연패에 빠진 터라 입술이 바짝 말랐다. 누구든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연패가 '8'로 늘 줄은 몰랐다.

한화는 28일 대전 롯데전에선 류현진까지 투입했지만 무너졌다. 류현진이 에이스답게 2실점 완투했지만 타선이 침묵한 끝에 0-2 완봉패. 연패의 수렁에 빠진 한화는 24승3무43패로 최하위. 김인식 감독은 30일 "실력이 없어서 지는 걸 어떡하냐"며 껄껄 웃었다. 그를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유지훤 수석코치는 "(겉으로)웃어도 (속으론)웃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 타자들이 열심히 노력하잖아? 그런데 치는 건 재수 없이 수비수 있는 방향으로 가. 귀신이라도 씌었나? 게다가 투수들은 완전히 망가졌잖아? 그렇게 안 될까? 타자는 안타를 못 치고, 투수는 얻어맞기만 하니 이길 수가 없지…."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는 4번타자 김태균의 회복은 더디고, 에이스 류현진이 호투해도 지니까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머피의 법칙에 시달리는 심정이야 오죽할까.

한화는 4월에 SK, 두산 등 강팀과의 경기가 많았다. "그때는 강팀과의 경기가 워낙 많아 반타작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한화는 김 감독의 계산대로 4월을 3위(10승1무9패)로 마쳤다.

그러나 5월부터 투수진이 망가지더니 그나마 믿었던 타선에서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유격수 송광민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톱타자 강동우는 현기증을 호소했다. "우리 실력도 부족했지만 운은 더 나빴어!"

백전노장 김감독은 "세상 일이 다 그렇듯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냐"고 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속으로 삭인다"고 했다.

"선수들이 잘하려고 애를 써. 많이 지다 보니 여유가 사라졌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니 실수도 잦아. 이럴 때 나까지 승부에 집착하면 어떡해? 누군가는 중심을 지켜야지. 그래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화가 나도 참아야지."

한편 한화는 애타는 김 감독의 마음을 외면하듯 29일 SK와의 원정경기에서 2-4로 패배하며 9연패의 수렁에 빠져 김 감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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