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연방 상원에서 '슈퍼 60석'을 확보했다.
의원 정수가 100명인 연방 상원에서 한 정당이 60석을 확보하면 소수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에 구애 받지 않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건강보험개혁, 기후변화법안 등 중요 사안의 처리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으로서는 큰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미네소타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알 프랑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판결했다고 AP통신 등이 6월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90만명이 투표한 총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프랑켄 후보가 공화당의 현역 의원 노먼 콜맨를 225표 앞선 것으로 나오자 콜맨 후보 측이 부재자 투표 재검표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 선거 결과 판정은 법원 몫으로 넘어갔다.
미네소타주 지방법원의 재검표 결과 프랑켄 후보가 312표차로 승리했지만 콜맨 후보 측은 다시 주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슈퍼 60석'을 저지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상원 56석을 얻었다. 민주당에 보조를 맞춰온 조 리버맨 등 무소속 의원 2명과 올해 4월 공화당을 탈당,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알렌 스펙터 의원을 합치면 친 민주당 의원은 59명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미네소타주 대법원이 프랑켄 후보의 승리를 판결함으로써 민주당은 60석을 확보하게 됐다. 콜맨 후보는 연방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주 대법원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프랑켄 후보는 자신의 당선이 민주당의 슈퍼 60석 확보로 비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나는 민주당의 60번째 거수기가 아니며 연방상원의원으로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향후 정국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시사주간 타임은 프랑켄의 당선 확정으로 ▦건강보험 개혁 ▦기후변화 법안 처리 ▦대법관 등 의회 승인이 필요한 고위직 임명 ▦복수 노동조합 허용법 통과 등이 속도를 얻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노엄 온스타인 박사는 "현재 약 30개의 고위직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화당의 방해에 상관 없이 신속하게 승인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소수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의 마지막 무기인 의사진행 방해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공화당은 지난해 무려 97회의 의사진행방해 작전을 폈으며 올해에도 이미 18번이나 방해했다. 유력한 무기를 상실한 공화당은 허탈한 표정이다.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민주당은 책임을 상대에게 떠미는 핑계정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민주당이 60석으로 어떤 일을 추진할지 생각하면 골치 아프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정영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