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도 모르냐. 비정규직법 상정 안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실업대란 책임져라."(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날치기 명분 축적하러 왔냐. 청와대에나 그렇게 보고해라."(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와 민주당 소속인 국회 환노위 추 위원장이 30일 오후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환노위 여야 간사 간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안 원내대표가 관련법 처리의 열쇠를 쥔 추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상정을 요구한 자리에서다.
추 위원장은 안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이 잔꾀 부리지 말고 노동계가 받을 수 있는 안을 내야 하는데 이는 생략하고 이벤트만 하면 뭐하냐"며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하고,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하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다"고 여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지금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고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있다"며 "법 개정이 안되면 내일부터 해고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위원장은 안건이 넘어오면 먼저 상정하고 옳고 그름을 거론해야지 직권을 남용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정훈 의원도 "환노위가 추미애 개인 위원회냐"며 거들었다.
검사 출신 안 원내대표와 판사 출신 추 위원장의 공방은 고성까지 오가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이어졌다. 안 원내대표가"외부 합의가 안되면 상정 안 하겠다는 말은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비판하자 추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 없다는 얘기냐. 책임을 전가하러 왔냐"고 받아쳤다. "내일부터 비정규직 해고자 몇 만 명이 쏟아져 나오면 법안 상정을 안 한 책임을 지겠냐"고 안 원내대표가 쏘아붙이자, 추 위원장은 "법을 악용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내일부터 해고하겠지만 해고는 명백히 정부 여당의 책임이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헤어진 뒤에도 안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다. 그런 위원장이 어디 있냐"며 혀를 찼고, 추 위원장은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정치를) 해야 하나. 심장이 다 떨린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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