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억만장자 텔만 이스마일로프(52)가 지나친 사치 행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영국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6억 달러(약 7,600억원)의 자산가인 이스마일로프는 지난달 23일 터키 지중해 연안 휴양지 안탈랴에 세운 고급 호텔 '마르단 팰리스' 개장식을 열면서 6,100만 달러(약 780억원)를 썼다.
그는 개인 전용기를 이용해 벨루가 캐비어를 실어오고, 패리스 힐튼과 샤론 스톤, 리처드 기어, 머라이어 캐리, 톰 존스 등 해외 스타들에게 100만 달러씩을 주고 귀빈으로 초청했다. 특히 그는 이날 춤을 추다가 흥이 나자 100달러 지폐를 공중에 마구 뿌려댔다.
이런 그의 '졸부' 행태는 푸틴 총리의 눈 밖에 나기에 충분했다. 푸틴 총리는 신흥부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흥청망청하면서 사회적 공헌에는 인색하다며 '바퀴벌레'라고 부를 정도로 혐오하고 있다.
푸틴 총리는 초호화판 호텔 개장식이 끝난 지 며칠 만에 느닷없이 내각회의에서 모스크바의 체르키조프 시장을 거론했다. 이 시장은 의류와 신발류 등 생활용품의 집산지 역할을 하는 도매시장으로 이스마일로프의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밀수품에 대해 대대적 단속을 받은 바 있다.
푸틴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단속처리 상황을 담당 각료에게 질문 했으며 이후 일련의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기 시작했다. 검찰은 밀수를 눈감아준 세관 관리들을 줄줄이 체포했으며 14일에는 수사발표를 통해 체르키조프 시장을 '부패의 온상'으로 규정, 철저한 단속을 선언했다.
결국 이스마일로프의 '뒷 배경' 역할을 해온 유리 로슈코프 모스크바 시장도 체르키조프 시장의 폐쇄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푸틴 총리의 노여움이 체르키조프 시장의 대대적 단속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스마일로프는 밀수와 관련해 결백하다고 호소하고 다니고 있지만 언제라도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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