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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는 이라크 "기쁘다… 그리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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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는 이라크 "기쁘다… 그리고 두렵다"

입력
2009.07.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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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회복은 기쁘지만 종파간 갈등이 격화할까 두렵습니다."

미군의 이라크 주요 도시 철수 마감 시한인 29일 밤 12시를 앞두고 이라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밤 수천명의 인파가 바그다드 도심의 자우라공원에서, 외국으로 피난 갔다 돌아온 유명 가수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밤하늘에는 모처럼 포성이 아닌 불꽃놀이 폭죽 소리가 가득 했다. 경찰 순찰차는 이라크 국기와 꽃으로 장식했고 경찰서와 관공서의 대형 스피커는 애국적 노래를 틀어댔다. TV는 미군의 철수 시점인 밤 12시 직전 카운트다운 방송에 들어갔다.

한 주민은 "오늘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모두 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이 우리에게 너무 많은 상처와 모욕을 주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바그다드 도심에 이토록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이라크전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30일을 1920년 이라크의 여러 종족이 연합, 영국군을 물리친 날에 비유하면서 '주권의 날'로 선포했다. 총리 측근 사딕 알 리카비는 "주요 도시에서 미군의 철수가 완료됐다"며 "주권회복을 경축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 치안책임이 이라크로 넘어온 순간, 이라크인들은 자부심과 함께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시아파는 소수 수니파 무장세력의 폭탄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했다. 반대로 수니파는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라크 보안군이 자신들을 보호하는데 소홀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 수니파 주민은 "미군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아파보다는 미군을 더 신뢰했다"며 "지금까지 미군이 보안군과 함께 치안유지 활동을 한 것을 고맙게 생각해왔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군 철수를 앞두고 최근 10일간 250명이 폭탄 테러로 희생된 것을 보면 주민들의 우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29일 바그다드에서 철수 중이던 미군 4명이 교전 도중 사망하는 등 무력 충돌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북부 쿠르드족 밀집지역인 모술에서도 이날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크리스토퍼 힐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치안상황이 최근 많이 개선됐지만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의 화해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30일을 기해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철수했지만 완전 철수 시한인 2011년 말까지는 주요 지역에 여전히 주둔하게 된다. 전투병력이 완전 철수할 2010년 8월까지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다시 도시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30일 발표된 CNN 방송의 미국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1,026명)중 73%가 미군 철수에 찬성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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