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은 스님들이 출가 후 처음으로 배우는 불교 입문의 필독서다.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신라 원효 스님이 지은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고려 야운 스님의 '자경문(自警文)' 등 3권을 합본한 것으로 수행에 임하는 기본 자세와 정신을 가르친다.
승가대학원장인 지안 스님이 최근 '초발심자경문'을 번역ㆍ강설한 책 <처음처럼> (조계종출판사 발행)을 냈다. 지안 스님은 통도사 강원 강주, 조계종 역경위원장 등을 지내며 35년간 교학 연구에 정진해온 대표적 학승이지만 "지금도 '주인공아, 내 말을 들으라'로 시작하는 자경문의 첫 구절은 충격적일 정도로 가슴을 찌른다"고 말한다. 처음처럼>
"화가 나거나 못마땅할 때, '내가 왜 이럴까' 하는 마음이 들 때, '주인공아'로 시작되는 구절을 생각합니다. 자신을 '주인공아' 하고 불러놓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문(空門ㆍ불교) 속에서 도를 얻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오래도록 중생의 괴로운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가?' 하고 타이르는 내용이지요."
지안 스님은 '초발심자경문'은 이처럼 마음가짐이 흔들릴 때마다 좌우명으로 삼은 스승 벽안 스님의 말씀과 함께 되새기는 수행의 등불 같은 책이라고 한다. 스님은 "은사 스님은 '중 노릇 잘하는 비결은 딱 한 가지, 금생에 네가 안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며 "그만큼 자신을 버리고, 번뇌에 들지 말라는 말씀이었다"고 소개했다.
요즘의 출가ㆍ수행자에 대해 지안 스님은 "컴퓨터에 밝고 똑똑하지만 신심과 근기는 부족한 것 같다"며 "올곧고 투철한 정신이 아쉽다"고 했다. "세상이 온통 밥벌이, 돈벌이 등 '벌이'의 시대가 되고 지구 전체가 탐욕의 장으로 변해버리면서 종교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초발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종의 권학 격려문인 '자경문'과 달리 '계초심학인문'은 초심자 훈계부터 사찰 내에서의 대중 생활의 규범과 선방 규칙 등을 담고 있다. '발심수행장'은 초심자들의 수행정진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장인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