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 재산 기부 약속에 대해 지난 3월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재산기부 추진위원회 구성이 최근 마무리 됐고 올 상반기 안에 장학재단 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칭은 작고한 이 대통령의 어머니 이름(채태원)을 딴 '태원 장학재단'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선 오늘까지도 재단 출범 소식은 감감하다. 언제 재산 기부가 이뤄지느냐는 힐난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의 재산기부 결정에 깊이 관여했고 재산기부추진위 위원이기도 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재산이 부동산이다. 가치평가도 돼야 하고, 임대차 및 담보문제도 있고, 법률적으로 검토할 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취임 1주년 내 마무리에서 취임 2년차 상반기로 미뤘다가 또다시 늦추게 되니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소유한 부동산 내역이 도대체 어떻길래 기부 절차가 그리도 어렵냐면서 재산 내역과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모두를 내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대선에 앞서 굳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이를 어긴다면 이 대통령 자신의 삶과 인격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된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만 평생 모은 재산을 가장 보람 있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것은 필요하다. 장학재단 설립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고민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재산기부 방식을 이 대통령 스스로 고민하기보다는 사회공헌 활동이 검증된 공익재단에 쾌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아만다&게이츠' 재단에 수백억 달러를 기부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법을 포함해 재산기부 절차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매듭짓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 확산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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