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의 전설로 불리는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사진)가 30일 별세했다고 독일 부퍼탈무용단이 밝혔다. 향년 69세. 그는 닷새 전 암 진단을 받았으나 손 쓰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고 무용단은 전했다.
무용과 연극을 통합한 '탄츠테아터'(Tanztheater)로 현대무용을 혁신하고 현대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피나 바우쉬는 1940년 독일 졸링겐에서 태어났다. 폴크방 예술대학에서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창시자 쿠르트 요스에게 배웠다. 1959년 미국으로 가 줄리어드에서 공부하고 무용수로 활동하다 1962년 독일로 귀환, 요스의 폴크방 발레단 솔리스트를 거쳐 1969년 요스의 후임으로 이 발레단 예술감독이 됐다.
안무가로서 그는 1972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 '마주르카 포고', '카네이션' 등 많은 걸작을 내놨다. 1973년 부퍼탈무용단을 만들어 예술감독으로서 지금까지 37년간 이끌며 이 작은 지방도시를 세계 현대무용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독일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2008년 예술가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괴테상을 줬다.
그는 독일 표현주의 전통 아래 춤, 음악, 연기, 마임, 회화, 조소, 디자인, 사진 등을 모두 흡수해 장르간 벽을 허물었다. 부조리극이 지배하던 20세기 전반의 무대예술 흐름은 그의 탄츠테아터를 기점으로 무용으로 중심을 이동했다. 그의 작품은 무엇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는 항상 '인간'에 초점을 맞췄고 남녀간 상호 작용을 즐겨 주제로 다뤘다. 작품을 통해 그는 사랑과 두려움, 그리움과 외로움, 좌절과 공포,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 기억과 망각 등 인간 내면의 문제들과 실존에 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1986년부터는 '빅토르(이탈리아 로마)'를 시작으로 한 도시에 장기 체류하며 그 도시를 모티브로 작품을 창작하는 '도시 시리즈'에 집중해왔다. 2005년 LG아트센터의 의뢰로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 '러프컷(rough cut)'을 발표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많다. 1979년 작품 '봄의 제전'으로 처음 내한해 충격을 던진 이후 2000년, 2003년에도 내한공연을 했다. 한국 현대무용가 안은미, 전통춤꾼 하용부와 친분이 두터워 그들의 춤을 독일에 소개했고, 한국의 국립무용단을 부퍼탈로 초청해 공연하기도 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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