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지만 최대 쟁점인 법 시행 유예기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여야는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하고, 정부와 한나라당도 1일 총리관저에서 긴급 고위당정회의를 개최키로 했지만 당분간 해법이 마련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2년 초과 사용 시 정규직 전환' 규정의 적용일 전날까지도 해법이 도출되지 못해 비정규직의 해고가 현실화한 데 대해 무능한 정부와 구제불능의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30일 자정까지 협상을 계속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으나 모두 결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무의미한 시간끌기에 불과했다. 이날 오후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모임의 환경노동위 간사는 수 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규정의 적용 유예기간에 대한 협상을 벌였으나, 한나라당의 2년 유예, 민주당의 6개월 유예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회의에선 선진창조모임이 법 적용을 1년간 유예하되 근로자 수 5인 ~ 200인 미만 사업장은 6개월간 연장이 가능토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거부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법 적용 유예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와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어 "실업대란이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거듭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일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날 밤 자정까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으로 이 문제를 처리한다면 이번 임시국회는 파행되고 끝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가 막판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9월부터 한나라당과의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명확한 통계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주장,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정규직 전환을 고민하던 기업들조차 손 놓게 만들어 결국 고용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며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다.
더욱 한심한 정치권은 대량실업이 예상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충실한 논의 없이 정쟁에만 몰두, 법 개정 주체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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