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MBC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는 마지막에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방영했다. 그 위로는 회색빛 엔딩 크레딧이 흘렀다. 공중파 방송이 해외 아티스트를 추모한 이 순간은 마이클 잭슨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1980년대부터 컬러TV와 랩음악을 접하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문화 키즈에게 마이클 잭슨은 말 그대로 'King of Pop'이다. 그들은 마이클 잭슨을 통해 미국 팝문화를 만났고, 노래와 춤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비주얼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가수가 됐고, 누군가는 PD가 됐다.
마이클 잭슨이나 최진실의 사망이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을 준 것은 단지 때 이른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어른이 된 대중문화 키즈는 10대를 'Billie jean'으로, 20대를 최진실의 트렌디 드라마로 기억한다.
최진실과 마이클 잭슨 같은 스타들은 현대인의 현재를 구성하는 일부이고, 그들의 죽음은 우리의 기억 중 일부를 삭제하는 듯한 고통을 준다. 'Billie jean'은 여전히 흐르는데, 그 사람은 가고 없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대중문화가 동시대를 어떻게, 얼마나 장악하는지 보여주는 예이자, 반대로 대중문화가 동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이 마이클 잭슨의 추모로 동시대 'Kids of Pop'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팬들이 지적한 것처럼, 27일 '여드름 브레이크'는 현재의 다양한 시대상을 담고 있다. 게임의 상금 300만원은 재개발에 따라 철거하는 원주민들에게 주는 보상비고, 그들이 움직이는 공간 역시 재개발 지역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재미는 숨은 '의미'보다 눈에 보이는 '그림'에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거친 질감으로,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을 둘러싼 공간을 보여준다. 텅 빈 아파트의 적막감, 사람이 떠난 재개발지역의 쓸쓸한 공기. 그것은 우리가 뉴스에서도 자주 접할 수 없는, 우리가 외면하는 현재다.
'여드름 브레이크'는 오락 프로그램이 자신의 영상 미학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우리 시대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드름 브레이크'에 담긴 의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한도전'이 남긴 현 시대의 풍경이 주는 이미지는 시청자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도, '무한도전'도 시대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를 기록하고, 그 기록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팝의, TV의 힘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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