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가면 정지된 슬라이드 형태의 생활안내 프로가 나오다가 "따르릉 따르르~"하는 벨이 울렸다. 모든 불이 꺼지고 '대한늬우스'가 나왔다. 흑백TV 한 대를 마루에 내놓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시청하던 시절, 그 '늬우스'는 영화만큼이나 흥미를 끌었다. 그것을 보면서 박수까지 치는 어른들도 있었다. 신파조 억양으로 "박정희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TV의 9시 뉴스가 시각을 알리는 "뚜 뚜뚜 땡~"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됐기에 '땡전뉴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과 비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옛날에 사라진 줄 알았는데 1994년 말까지 상영됐다는 게 오히려 의외다. 해방 이후 조선시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대한전진보로 이어져 온 정부 홍보물이 1953년부터 활동사진으로 제작된 것이 '대한늬우스'다. 영어(news)의 일본식 표기를 그대로 쓰다가, 우리 표기법이 갖춰지면서 '뉴우스'를 거처 '뉴스'로 변했다. 격동의 시기에 정부가 만들어 영화관에 무료 할당한 '늬우스'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왜곡보도가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광고로 그 '늬우스'가 부활해 25일부터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속칭 '4대강 늬우스'가 TV 코미디프로 '대화가 필요해'를 패러디한 것은 아이러니다. "밥 묵자"로 상징되는 그 프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셋이 밥상머리에서조차 소통이 안 돼 제 할 짓(?)만 하는 내용이다. '대한늬우스'라는 말에서 '땡전뉴스'를 연상하는 국민들에게 "대화나 소통은 치우고, 밥이나 묵어라"고 말하자는 것일까. 정부는 추억마케팅을 개발했다고 흐뭇해 하는 모양인데, 소통 부재와 대화 단절을 영화관에서도 느낀다면 곤란하다. 내 돈 내고 영화 보러 왔다가 세금으로 만든 '늬우스'에 짜증스러운 국민이 적지 않은 듯하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정책 홍보가 지나치다. 연관이 거의 없는 부처까지 발벗고 나서 열을 올리는 모양이 영 개운치 않다. 모 부처가 최고급 호텔에서 100여명을 초청해 식사까지 제공하는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부처 정책을 1~2분 설명하는가 싶더니 바로 4대강 살리기 쪽으로 물꼬를 틀어 대부분의 시간을 홍보에 할애해 '속았구나' 싶었던 경험이 있다. 각 대학에서도 연구ㆍ용역비용으로 '4대강 예산'을 타내지 못하면 바보라고 한다. 90초짜리 '대한늬우스 코미디'를 끼워넣는 대가로 영화관에 내는 돈만 2억5,000만~3억원이라고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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