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한반도 대운하 사업 포기를 공식화한 데는 여러 가지 정치ㆍ사회적 함의가 담겨 있다. 물론 운하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어려운 현실론이 적잖이 반영돼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정책이라면 결코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이전과 다른 자세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이 최근 밝혔던 '근원적 처방'의 구체적 첫 시행 조치인 동시에 국민적 소통을 강화하려는 상징적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대운하 사업은 이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 때 내놓은 회심의 카드였다. 이날 포기 선언을 하면서도 "한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크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집착하면 할수록 반발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녹색성장의 역점 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사회 각계에서는 "변형된 대운하" "운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란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는 농성을 계속했고, 불교 등 종교단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운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정부의 거듭된 설명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살리기라는 목적과는 무관하게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소모적 논쟁을 잠재우고 4대강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대운하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현 상황에서 대운하 추진을 강행하다가는 정치적 논쟁은 물론, 자칫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고려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민적 불통의 대표 사례인 대운하를 접으면서 소통과 사회통합을 위해 다시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새 출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상징적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써 현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의 핵심이었던 대운하 사업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그러나 야권과 일부 환경단체 등은 "정부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고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또 다시 임기 내에는 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붙었는데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예산을 다 투입해 대운하 준비를 해 놓겠다는 것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진정성을 갖고 대운하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4대강 사업의)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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