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본격적인 정치 계절의 막이 올랐다. 9월로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줄기차게 야당의 조기 총선 요구를 받아온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멀지 않은 시일에 중의원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8월 초순이 유력한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은 자중지란에라도 빠진 듯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해 자민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날일 것이다." 25일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아소 총리가 처음으로 중의원 조기 해산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수없이 반복된 이 질문에 아소 총리는 그 동안 "내가 알아서 결정한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아소 총리는 내심 중의원 해산-총선 일정의 가닥을 잡기라도 한 듯 이튿날 공동 여당 공명당 대표를 만나 7월 12일 도쿄도 의원 선거 후 한 달 이상 지난 뒤에 중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는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에는 자민당 간사장에게 중의원 조기 해산을 단행할 수 있도록 중요 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둘러 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원 조기 해산 시기는 도쿄도 의원 선거일을 전후한 7월 중순, 총선일은 8월 초순이 유력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소 총리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 참가하고 도쿄도 의원 선거를 치른 직후 해산해 8월 2일이나 9일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총선이든, 임기만료 선거든 지금 상태로는 유례 없는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 아소 내각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고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자민당의 2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자민당의 자중지란은 가히 점입가경이다. 아소 체제로 선거는 무리라고 판단하는 중진ㆍ소장의원들은 눈앞에 닥친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당 총재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며 연일 '아소 하야'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이 지방분권화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해온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집단으로 지지 정당을 공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며 외곽에서 자민당을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집권을 시야에 넣고 있는 민주당은 공약 준비 등에 전력하며 차분히 선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현재 중의원 의석(480석)의 과반수인 303석을 차지한 자민당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석으로 줄고,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을 넘는 283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하는 주간지도 있다. 결과가 이대로라면 일본 전후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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