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언제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했을까. 미국에서 펴내는 인터넷 바둑 웹진 'ENCLAVE'(영토) 최근 호에 게재된 '유럽 바둑의 간추린 역사'에 따르면 1600년대에 처음으로 유럽에 바둑이 소개된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바둑을 먼 나라의 기이한 놀이 정도로 여겼을 뿐 실제로 바둑이 두어진 건 훨씬 후대의 일이다.
1884년에 독일의 오스카 코셀트란 사람이 'Das Japanisch - Chinesische Spiel Go'(일본ㆍ중국의 게임, 바둑)이란 이름의 바둑 책을 펴냈다. 코셀트는 독일의 화학자로 도쿄화학대학에서 강의하던 중 훗날 18세 혼인보가 된 슈호에게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귀국 후 독일에서 활발히 바둑 보급 활동을 하면서 바둑 책을 쓴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바둑은 느리지만 끊임없이 인기를 얻어갔다. 체스 선수나 과학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1911년에는 유럽 최초의 영문 바둑책인 'Goh or Weichi'가 발간됐다.
국가별 바둑협회는 독일에서 가장 먼저 구성됐고 영국과 프랑스가 차례로 뒤를 따랐다. 곧 이어 유럽바둑연맹이 결성, 1957년엔 대규모 바둑 축제인 '유럽바둑콩그레스'가 출범했다.
영국의 경우 1953년에 처음 바둑협회가 창설돼 1960년에는 회원이 5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1970년에는 5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에는 1969년에 바둑이 상륙했다. 소수의 바둑인들이 파리에 있는 한 서점에서 첫 만남을 가진 지 채 1년도 안돼 프랑스바둑협회가 조직됐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어 바둑책도 출간됐다.
곳곳에 바둑 클럽이 생기면서 회원수가 늘고 따라서 기력도 강해졌다. 급기야 1974년에는 프랑스가 유럽 최대 바둑 행사인 유럽바둑콩그레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의 바둑은 그다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유럽 바둑의 중흥기는 1970년대다. 마침 이 시기에 세계적으로 체스 열풍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체스 열풍과 맞물려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각국의 바둑클럽과 협회도 따라서 급증하고 바둑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바야흐로 유럽 바둑이 황금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 예로 1972년 영국바둑협회 회원이 516명이었는데 3년 후인 1975년에는 거의 두 배인 1,048명으로 집계됐다.
오늘날 유럽 바둑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유럽바둑협회는 기록적으로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바둑협회는 2008년 현재 회원국이 36개국에 이르며 유럽바둑콩그레스와 유럽페어바둑선수권대회, 노르웨이안바둑선수권대회 등 다양한 성격의 대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유럽 바둑이 오고 있다. <바둑신문>바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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