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과 양대 노총의 만남은 28일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현 비정규직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무기계약 간주' 조항, 즉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유지 여부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모임 등 3개 교섭단체의 국회 환노위 간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참석한 '5자 연석회의'는 휴일인 이날도 회의를 열었지만 아무런 결론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양대 노총은 "정치권이 먼저 단일안을 마련해달라"며 자리를 떴고, 3당 간사들은 밤늦게까지 비공개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기간제근로법의 무기계약 간주 조항. 여야 간, 정부 여당과 노동계 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 한나라당은 경기침체를 감안해 고용의제 조항의 적용을 2년간 미루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이다.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하게 돼 최대 100만명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유예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행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적용을 유예할 경우 해당 조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 여당의 100만명 실업대란 주장은 현행법을 무력화하려는 협박"(한국노총 관계자)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정도는 유예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노동계 입장에 가깝다.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아예 "노동계가 유예안을 거부할 경우 정치권이 합의해도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가 지원할 규모를 놓고도 이견이 크다. 한나라당은 1조원을, 민주당은 3조2,000억원을 각각 주장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당초의 부정적인 입장을 바꾼 만큼 타협의 여지는 생겼다. 노동계는 고용의제 조항을 유예할 경우 이 부분까지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내년부터는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지만, 올해는 고용안정기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대부분을 부담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반발이 큰 것이다. 한나라당의 산자위 소속 의원들이 정규직 전환 지원에 부정적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쟁점들이 중첩돼 있는 터라 정부와 한나라당이 목표로 삼고 있는 7월 1일 이전 법 개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5자 연석회의가 합의안을 내지 못하면 법 개정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면서 동시에 "이후에 벌어질 노동시장의 혼란은 민주당과 노동계 때문"(윤상현 대변인)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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