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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대우건설 되판다… 인수때 체결한 '풋백옵션'이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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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대우건설 되판다… 인수때 체결한 '풋백옵션'이 부메랑으로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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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이 달 초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때만 해도 금호아시아나 측은 "다음달 말까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대우건설 인수는 한 때 외환위기 이후 초대형 인수ㆍ합병(M&A)의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3년 만에 '승자의 저주'로 결말이 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시장에 되팔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약에서 독배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 할 당시 들인 돈은 약 6조4,000여억원. 지난 2006년 6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주당 약 2만6,200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인수대금 절반 이상을 금융권으로부터 빌렸고, 재무적 투자자가 원할 경우 올해 말까지 주당 3만2,000원에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까지 체결했다.

건설경기가 좋았던 당시만 해도 주가 상승은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건설경기가 급랭하고, 대우건설 주가도 최근까지 1만2,000원대에 머물면서 문제가 커졌다.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르지 않을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조원 가까이를 들여 대우건설 주식을 재매수하거나 차액만큼 보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측은 금호생명 등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제값을 쳐주지 않아 조달 금액이 턱없이 낮았다. 급해진 금호아시아나 그룹측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빚 갈아타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불발되면서 최후의 수단으로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한 것이다. 채권은행관계자는 "M&A는 보약이 될 수도 독배가 될 수 있다"면서 "대우건설이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금호그룹 회생하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의 초강수를 둠으로써, 일단 시장에 만연했던 '그룹 위기설'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그룹경영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 만기와 대우건설 풋백옵션 등을 포함해 올해 금호아시아그룹이 해결해야 할 빚만 5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호생명 지분과 부동산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금액은 1조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유동성 갈증 해소의 관건은 대우건설을 얼마에 매각하는냐에 달려 있다. 현재 대우건설을 시장가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판다고 해도 매각 가격이 인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조원에 불과하다. 이자비용을 포함하면 3조5,000원 가까이를 손해보고 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주당 2만3,000원 이상에서 팔아야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 국면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 주인은 산업은행이 유력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조만간 대우건설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주채권은행과 매각 방식을 협의키로 했지만 워낙 덩치가 큰데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 당장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대우건설 자체의 매력은 넘쳐 난다. 시공능력 평가 1위 기업으로, 대우건설 자체의 유무형적 가치는 매우 크다. 때문에 시장에선 롯데그룹, LG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현금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대그룹들이 대우건설에 눈독을 들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대우건설을 사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우건설이 좋은 회사라고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4조원에 가까운 거금을 들여 인수하려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이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산은은 이 달초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측에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경우 금호는 지분을 시장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산은에 넘기고, 추후에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게 된다. 산은 관계자도 "해외에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산은의 PEF에 넘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제안이 들어오면 세부적인 인수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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