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연쇄살인 혐의로 붙잡혀 여죄를 조사받던 '팔당호 살인 사건'피의자 김모(50)씨가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졌다.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몰래 자해까지 한 데다 치료를 위해 감고 있던 압박붕대를 이용해 자살, 경찰과 교도소측의 피의자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27일 오후 9시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미평동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김씨가 압박붕대로 목을 맨 것을 교도관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김씨는 왼쪽 손목에 감고 있던 3m 길이의 압박붕대를 반으로 접어 1m 높이의 선반 받침대에 목을 맸다. 김씨가 수감된 방은 환자용 독방으로 수감자를 24시간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청주교도소는 "김씨가 교도관 순찰 직후 자살을 기도한 것 같다"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벽에 기대있는 모습을 중앙통제실에 있던 직원이 CCTV로 확인해 바로 교도관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교도소측은 "CCTV가 방 위쪽에 설치돼 있어 선반 밑 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확인하기 어렵다. CCTV 사각지대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특별관리를 요청한 수감자가 수감 하루 만에 자살을 했다는 점에서 교도소측의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가 수감된 것은 26일 오후 7시께. 경찰은 유치장에 있던 김씨의 신병을 교도소로 인계하면서 연쇄살인 용의자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자해 사실을 알리면서 특별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교도소측도 김씨를 관심보호 대상자로 분류해 CCTV가 설치된 독방에 수용했다.
김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의 눈을 피해 자해하고, 치료를 위해 감았던 압박붕대를 이용해 자살을 함에 따라 경찰의 감시소홀 등에 대한 책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팔당호에 유기된 여성 살해 용의자로 김씨를 긴급체포한 다음날인 18일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 남양주시 집으로 김씨를 데려갔다.
이 때 김씨는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집안에 있던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어 상처를 냈다. 김씨의 자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경찰은 19일 손목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서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집에 있던 유리조각을 주워 자해를 했다고 말했지만 정말 유리조각으로 그랬는지, 언제 그랬는지 확실치 않다"며 "상처는 2,3 바늘 꿰맸을 정도로 별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살로 그의 추가 범행 의혹이 제기돼 수사 중이던 2건의 부녀자 실종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경찰은 팔당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2000년과 2001년에 잇따라 실종된 여성 2명과 가까이 지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 김씨의 당시 행적을 추적 중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애인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을 보이기는커녕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데다, 심리분석 결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옴에 따라 김씨의 추가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자살로 팔당호 사건은 '공소권 없음'처리하고 여죄 부분에 대해서는 '미제'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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