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증권사가 매일 발행하는 기업보고서는 전날 증시상황과 종목분석, 향후전망, 각종 경기상황그래프까지 들어있는 그야말로 한 권의 '따끈따끈한 주식투자 참고서'다. 이것저것 볼게 많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추천종목'코너. 구체적인 종목 뿐 아니라 매수 추천일, 목표주가, 적정가격까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것만 보고 투자하면 정말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한번 따라 해봤다.
삼성전자 같은 비싼 종목을 뺐더니, 한 종목이 눈에 띄었다. 이 달초 한 증권사 보고서에 유달리 줄기차게 등장했던 저가의 종목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유ㆍ무선 전화결제 및 모바일 컨텐츠개발 전문업체인데, 6월 중 미국시장 진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말에 솔깃해 한달 전쯤 해당 종목에 소액을 투자했다. 주당 6,000원이었던 주가는 2주 만에 20%(8,000원대)나 올랐다. 이 종목을 추천해준 증권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언제 팔아야 할 지가 걱정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목표수익을 달성했으면 빠지라'는 전문가의 충고가 생각나, 수익률 20%를 달성한 뒤 2주만에 팔아버렸다. 그러나 이 종목의 현재 주가는 1만원대. 계속 가지고 있었더라면 수익률은 66%나 됐을 터이다.땅을 칠 일이다.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했던가. 그토록 고마워했던 증권사 기업보고서가 이젠 원망스러웠다. 매수추천을 했으면 당연히 매도추천도 해야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로 궁금해졌다. 기업보고서엔 왜 매도추천이 없을까. 사기만 하고 팔지는 말라는 얘기인가.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자자가 얼마만큼의 차익실현을 할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며 목표수익률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움직여야 할 뿐 전문가 입장에서 어느 한 시점을 동일하게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종목이 10~20% 수익률을 초과해 달성하거나 아예 못 미치는 경우에는 보고서 추천종목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내려놓는다는 게 전부다.
역시 그랬다. 주식투자에 족집게 과외선생은 없나 보다. 기업보고서도 그냥 참고서에 불과했다. 하기야 아무리 초보투자자라도 증권사 보고서 추천종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보면 볼수록 증권사 추천종목이 너무 형식적이란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랄까.
이런 거 검증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증권사별 추천종목과 실제 주가등락을 비교해서, 어느 증권사 어느 애널리스트가 가장 정확한지, 반대로 가장 부정확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는 누군지를 시장에서 평가했으면 한다. 기업주식을 평가하는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도, 거꾸로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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