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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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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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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스트 지음ㆍ김은수 옮김/지식의날개 발행ㆍ456쪽ㆍ1만5,000원

"세계 최대의 에이즈 피해국인 보츠와나에서는 성인 인구 3분의 1 이상이 바이러스 보균자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아프리카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직면해 있다."(160쪽) 남자들은 주머니가 찬다 싶으면 성매매를 통해 가난의 고달픔을 달랜다. 아프리카에서 전세계 에이즈 사망자 수의 3분의 2가 나오기까지는 그들의 무절제함이 일단 큰 탓이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그것을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인들이 에이즈를 특별히 더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186쪽)이라 한다.

아프리카인들의 이런 삶의 근간에는 어떠한 역사적ㆍ구조적인 절망이 도사리고 있을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쓴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의 원제는 '족쇄 찬 대륙(Shakled Continent)'이다. 2005년 출간된 이 책은 저자가 7년 동안 아프리카를 취재하며 보고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그곳의 현실을 하드보일드로 제시한다.

유사한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생동감이 장점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살려, 식민통치의 상흔 극복이란 문제에 대해 아프리카인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기도 한다. 독일 통일 현장의 기억도 한몫한다.

극심한 종족 분쟁, 부정과 부패 등으로 점철돼 있는 현재의 아프리카는 10대가 총을 들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무정부적 혼돈의 극이다.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 등이 자행한 선거 조작, 민중 봉기, 내외신 기자 폭행 등의 현장이 생생하다. 그것은 "빈곤은 전쟁을 낳고, 전쟁은 빈곤을 악화"(98쪽)시키는 끝없는 악순환이다.

아프카에 대한 동정 어린 시선은 에이즈 문제와 직결된다. 책은 배고픔에 내몰려 거리로 나서야 하는 매춘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에 주목한다. 아프리카인들은 또한 어두운 기억의 포로다. 말라리아, 황열병, 에볼라 등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자연 조건에다 노예로 전락해야 했던 끔찍한 과거에 묶여 있다. 지금은 독재적 정부, 말뿐인 법 제도, 강고한 정경유착 관행 등에 묶여 있지만 동시에 저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는 번영할"(44쪽)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 논의를 전개시킨다.

2004년부터 3년 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로 일했던 외교관인 이 책의 번역자 김은수씨는 각 장의 끝마다 '더 알아두기'라는 내용을 추가, 원작에는 없는 최근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해 긴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의 교정 작업까지 마친 김씨는 유네스코 한국대사로 내정된 직후인 지난 20일 근무처인 중국에서 돌연사해 안타까움을 주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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