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 시대를 맞아 여성성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뮤지컬계에서도 여성 창작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홍수 속에 분투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의 뒤에는 여성 창작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성이라는 시대 트렌드와 절묘하게 겹쳐지는 이들의 흥행 비결을 알아봤다.
■ 계몽보다는 공감을
연출가 장유정(33)씨는 최고의 소극장 뮤지컬 흥행메이커다. 직접 쓰고 연출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2006년 초연 이후 최근 1,000회를 돌파했다. 2005년 첫 무대를 가진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지금까지 롱런 중이며,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개관작으로 공연 중인 2008년 초연작 '형제는 용감했다'도 객석 점유율이 평균 90%에 달한다.
힘만 앞세우기보다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의 리더십이 주목받듯, 관객을 계몽하려 하는 대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힘쓰는 게 장씨의 장점이다. 유쾌하게 웃다 보면 어느새 찡하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게 그의 작품의 공통된 특징이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빨래'의 극작가 겸 연출가 추민주(34)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빨래'는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관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밝고 유쾌하게 그렸다.
■ 화려한 스타일 감각
디자인 감각을 살린 IT 기기에 '페미닌 테크'라는 신조어를 적용하듯, 화려한 스타일 감각은 여성적 감성으로 간주된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45)씨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세련된 무대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5월에 경희궁에서 공연한 고궁뮤지컬 '대장금'으로 큰 인기를 모은데 이어, 6월에는 '바람의 나라'로 또다시 흥행 몰이 중이다. 두 작품 모두 파스텔톤의 의상과 현대적 음악, 역동적 안무가 조화를 이루는 소위 '폼 나는' 뮤지컬이다. 30일까지 계속되는 '바람의 나라'는 평균 객석 점유율 89%를 기록 중이다.
■ 일상의 흔적과 대중성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양성평등 논의가 활발하지만 일상적 생활에 대한 감각은 살림과 육아를 오랜 세월 경험한 여성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대중의 코드를 정확히 읽는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이 인기다. 극작가 오은희(43)씨가 참여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올해 초 3,000회를 돌파했으며 14년째 롱런 중이다.
작곡가 장소영(38)씨도 대중성 강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경우다. '싱글즈' '영웅을 기다리며' 등 흥행 뮤지컬의 음악을 작곡했고 '형제는 용감했다'에는 대중가요를 패러디한 노래를 만들어 삽입, 관객의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7월 9일부터 공연 예정인,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웨딩펀드'의 음악도 맡았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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