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가 2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1988년 이 작품을 한국 초연했던 국립오페라단이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객석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그걸 말해준다.
이 작품은 프리마 돈나 오페라의 정점이다. 여주인공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가 공연의 성패를 좌우한다. 노르마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당당한 외모, 초절기교의 노래를 소화할 기술과 극적인 표현력을 모두 갖춘 이른바 '소프라노 아솔루타'(soprano assolutaㆍ절대적 소프라노)의 몫이다.
25일 개막 무대의 노르마, 김영미는 때론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때론 깊은 정열로 노래하며 관객을 휘어잡았다. 신성과 위엄을 지닌 사제, 배신당한 사랑에 복수를 다짐하는 여인, 간절한 모정에 우는 어머니, 분노를 자기희생으로 바꿔 스스로 화형대에 오르는 영웅. 이처럼 복합적이고 강렬한 성격을 뭉친 것이 노르마 역이다. 그만큼 어렵다. 노래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듣는 사람이 다 아찔할 정도다. 김영미는 훌륭하게 해냈고 뜨거운 갈채에 파묻혔다.
이번 공연은 마르코 발데리가 카자흐스탄 아바이 국립오페라발레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파올로 바이오코가 연출ㆍ무대 디자인ㆍ의상을 맡았다. 바이오코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중앙에 세운 사각틀 안에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담고, 벼락을 맞아 부러진 나무를 허공에 걸어 신성한 숲을 표현한 것이나, 거대한 두상을 세우거나 눕혀서 극중 적대하는 골족과 로마인을 상징한 것은 효과적인 장치다.
하지만 한복 디자인을 응용한 노르마의 의상은 불만스럽다.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빨간 치마에 금박을 박은 것이 스란치마를 연상시켜, 신성한 사제의 복장보다는 약간 촌스러운 파티복에 어울릴 것 같다.
노르마가 사랑하는 로마 총독 폴리오네 역의 테너 김영환은 장군다운 기품을 보였지만, 노래가 고음에서 불안하고 음색이 거친 게 아쉬웠다. 아달지자 역의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오로베조 역의 베이스 김일훈은 나무랄 데 없는 가창과 연기로 작품을 빛냈다.
공연은 28일까지 계속된다. 주역은 두 팀이다. 27일 김영미-김영환-양송미, 28일 박현주-이정원-정수연이 출연한다. 박현주는 유럽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노르마 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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