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음마다 스타카토가 찍혀 있는데, 왜 신경을 안 쓰세요? 탁탁 끊어서 짧게 해주세요. 자, 다시."
"클라리넷이 다 함께 '빵~' 하고 나와야죠. 누구는 '빵~', 누구는 '으빵~' 하지 마시고.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지금도 악기가 3개면 '으빠방~' 그러시네. 아이구."
"바이올린, '따가다'가 아니고 '따가따가따가'예요. 제가 박수를 칠 테니 거기에 맞춰서 천천히 다시 해 봅시다. 그리고, 음이 바뀌는 대목에서 안 하는 분 있어요. 이럴 땐 악장이 일부러 (몸짓으로) 용을 써서 알려주세요. 그게 악장이 할 일이죠. 자, 잘해봅시다, 화이팅."
진도 나가기 참 힘들다. 연습지휘자 유남규씨가 계속 제동을 걸며 지적을 한다. 다시, 다시, 또 다시. 구박과 격려의 연속이다. 그래도 단원들은 표정이 밝다.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는 설렘에 지휘자의 잔소리가 싫기는커녕 고마울 뿐이다.
27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의 연습 풍경이다. 세종문화회관이 만든 이 단체는 7월 5일 오후 3시 세종M씨어터에서 창단연주회를 한다. 지난 6개월간 매주 모여 연습하며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다.
단원은 의사, 주부, 약사, 회사원, 보험판매원 등 다양한 직업의 20~50대 31명(준단원 5명 포함). 음악을 전공했거나 아마추어 악단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지만, 초보를 겨우 면한 사람도 있다. 데뷔를 앞두고 최근 한 달은 금요일 전체 연습 외에 토요일마다 파트별 연습까지 하느라 주말을 반납했다. 각자 집에서 따로 연습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11월 단원 모집 오디션은 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달리 세종문화회관이 직접 나서서 연습과 공연을 지원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이야기인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 절정이던 때라 더 관심을 모았고 화제가 됐다.
제2 바이올린 파트의 맨 뒷줄에 앉은 정은채(51ㆍ주부)씨는 여건이 안 돼 접었던 여고 시절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30여년 만에 이뤘다. 결혼 후 17년간 가족밖에 모르고 살림만 했다. '내 인생을 찾자'고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것이 3년 전. 기초부터 레슨을 받으며 열심히 연습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무대에 선다는 게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는 그는 남편과 딸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매주 경기 일산의 집에서 광화문의 연습실까지 나오고 있다.
세종나눔앙상블의 총무를 맡고 있는 클라리넷 단원 김사현(32ㆍ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원)는 "다들 바쁜데도 매주 연습에 2명 이상 빠진 적이 없다"며 단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클라리넷을 손에서 놨던 그는 공연이 임박함에 따라 요즘 단체 연습 외에 주말은 서너 시간, 평일에도 하루쯤은 일찍 퇴근해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의 창단연주회 프로그램은 로시니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2번,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과 교향곡 40번. 보리스 페레누가 지휘하고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이 협연한다. 입장권(5,000원)은 진작에 매진됐다. 공연 수입은 한국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전액 기부한다.
글·사진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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