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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역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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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역설적으로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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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그늘 한 점 없는 광화문 사거리를 지났다. 땡볕 아래 머리는 달아오르고 뜨거운 지열이 구렁이처럼 맨발목을 휘감았다. 지하도로 내려서자 날아갈 것 같았다. 돌바닥은 서늘해서 딱 맨발로 걷고 싶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 돌바닥을 제 안방처럼 누워 있던 한 사내가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술 취해 꼬부라진 혀 때문에 발음이 샜다.

그를 지나친 뒤에야 그가 한 말을 주워섬길 수 있었다. "안아주세요"였다. 마침 읽고 있던 '아담, 이브, 뱀'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최고의 자유란 최고의 절제, 특히 금욕적인 삶이라고 믿었던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유와 금욕을 동일시한 것이 매우 역설적이다. 웅변가로 성공을 한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음날 있을 연설 걱정을 하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술 취한 거지를 발견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 괴로운 자신과는 달리 그 거지는 한없이 행복해보였다. 아무것도 가진 없고 오갈 데 없는데도 저 거지는 어찌 저리도 행복해보이는 걸까. 결국 그는 명성과 야망, 아이들을 낳아준 아내와 유산마저도 포기했다. 그 해방감을 그는 기록으로 남겼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깨달음과는 반대로 나는 지하도 찬 돌바닥에서 술이 깰 그에 대해 생각했다. 차가운 등과 뺨만큼이나 그에게 다가올 차갑고 요지부동인 현실에 대해.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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