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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매일유업 CRM기획팀 신정권·양은주·홍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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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매일유업 CRM기획팀 신정권·양은주·홍지현씨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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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겨여왕' 김연아가 경기 도중 넘어졌다. 누구 잘못일까. 한 고객은 매일유업을 지목하며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당신들이 김연아를 CF모델로 선정해 광고 찍으면서 혹독하게 다루고 시달리게 한 탓'이란 것. 참말 황당하다.

#2. '우리 아이 사진 콘테스트.' 팀 전체가 달라붙어 후보를 추리고 투표까지 해 수상작을 뽑았는데, 응모자들의 항의가 쏟아진다. "우리 아기가 제일 예쁘다"는 고슴도치 엄마부터 "남편이 사진 및 포토샵 전문가인데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제기 엄마까지. 대략 난감하다.

#3. '분유 안에서 악취 나는 갈색 이물이 발견됐다.' '오렌지주스가 하얗고 마셨더니 머리가 아프다.' 대노한 고객들의 불만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해결을 위한 현장방문은 필수. 아기가 넣은 본인의 똥, 주스 통에 담아놓은 막걸리라는 사실을 밝혀낸 뒤에야 오해가 풀렸다. 정말 다행이다.

고객은 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품만 잘 만들어 팔면 왕께서 가납하던 시절은 갔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와 목소리가 올라가고 커지면서 기업은 예전과는 양질과 차원이 다른 요구와 불만에 맞닥뜨렸다. 지엄하신 왕의 말씀을 어찌 한마디라도 허투루 들을 수 있을 손가.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다. 우리말로 풀면 '고객 관계 관리'쯤 되겠는데, 좀체 의미가 뇌리에 달라붙지않는다. 궁금증을 안고 매일유업 CRM기획팀의 신정권(31) 팀장, 양은주(33) 홍지현(32) 대리를 만났다.

이들의 주고객은 주부. 깐깐하고 매섭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고, '사카자키균 파동' '멜라민 사태' 때 관련 업체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백전노장을 상대하고 있다는 뜻이니 CRM을 파악하기엔 제격이다.

한발 빨리, 한발 가까이

고객서비스도 아닌 것이, 마케팅기법도 아닌 것이 CRM이다. 신 팀장은 "불만이 접수된 뒤에야 비로소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CS(Customer Satisfactionㆍ고객 만족)나 어떻게 하든 상품을 파는 게 지상 과제인 마케팅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설명했다. CS보다 한발 빨라야 하고, 마케팅보다 소비자 편에 한발 더 다가서야 한다.

CRM은 기존, 단골, 반골, 잠재 가릴 것 없이 모든 고객유형의 마음을 미리 짚어내고 능동적으로 풀어주는 게 궁극의 목표. "제조업의 난센스는 구매고객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인데, (CRM은) 이들을 찾아내고 좋은 관계로 이끌어 회사 편이 되게 하는 작업"(홍 대리)이기에 "멜라민 사태 등 대형사고 때 고객이 떠난다면 우리의 역할은 실패"(양 대리)라고 규정했다. 아직 실패는 없다는 자부심도 한 자락 깔려있다.

한마디로 기업에 대한 신뢰의 탑을 지탱하는 보루인 셈인데, 그게 말처럼 쉽나. 무엇보다 고객들의 시시콜콜한 불만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한다. "홈페이지 공지에 오타가 있으니 공개 사과하라"(홍)는 네티즌부터 "밤새 수작업으로 주소를 확인해 경품을 보냈는데 우유는 안 먹으니 커피를 보내라"(양)는 주부도 있다.

고객은 도대체 만족을 모른다. 포인트 더 달라, 경품 당첨되게 해달라, 나만 몰래 챙겨달라, 몇 번이나 연락했는데 왜 나를 모르나 등등. 심지어 욕설과 훈계조로 일장연설을 퍼붓는 고객도 더러 있단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들어주고 싶으나(혹은 다 들어줘야 하나) 형평과 권한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게 또한 CRM의 딜레마"(양)라고 했다.

그래서 CRM의 왕도는 없다. 고객의 맘만 뺏어온다면 무슨 수를 써도 좋다. "고객의 아기 생일을 기억할 정도로 260만 고객의 통화내역을 꼼꼼히 기억하고"(신), "포인트(멤버십) 업무를 마스터하기 위해 온 세상 포인트카드를 100장 넘게 지녀본 적도 있고"(양), "수화기너머 화가 난 고객에게 결국 맞선 제의를 받을 정도로 장시간 맞춤형 컴퓨터강좌를 하기도"(홍) 한다.

친정엄마가 되고싶다?

CRM의 전략구사는 만남(오프라인 이벤트+전화), 기억(고객 데이터분석), 엿듣기(고객간 온라인대화 참관), 물질공세(경품 포인트 등)로 압축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고객의 속내를 속속들이 알고 싶은 갈증은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의 주인공처럼 사람들(영화 속에선 여성들)의 마음을 읽는 공상을 한다"(신)고 할까.

고객 맘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직접 고객이 되는 수밖에 없다. 관련 공부와 유사경험은 기본. 신문 모니터링도 하고 놀이방,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 현장조사도 곁들인다. 정보가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OK다. 이들에겐 주로 여성과 육아가 속한다.

팀 내 유일한 남성이자 최연소 팀장 타이틀까지 쥔 신 팀장은 여성관련 도서 및 강의를 섭렵하고 출산 및 육아의 전과정을 마스터한 탓에 반(半)은 여성이라고 불릴 정도. 홍 대??박식한 육아 상식 덕에 기혼으로 오해 받는다. 멤버십 업무를 담당하는 양 대리는 타사의 멤버십카드를 쓰다 문제가 생기면 앞뒤 가리지않고 불만을 제기하는 열혈 고객이다.

"고객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빛만 봐도 '어떤 성향인지, 뭐가 불만인지'를 대략 간파하는 경지에 다다랐다"(신)고 하니 그 내공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반면 "우리의 의도를 뛰어넘는 고객이 가장 짜증난다"는 고백은 아직 수련할 여지가 더 남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늘 묻고 따지는 습관이 몸에 밴 것도 당연하다. 주변사람 붙잡고 '불만이 뭐냐'고 묻는 게 대표적. 고객을 알고싶고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서다. 고객을 대하다 보면 상처 받고 짜증나고 속 상할 때도 있지만 꾹 참는다. "회사에 대한 애정 표현"(홍)이라 여기고, "특히 엄마들은 감정이 풍부해서 그런지 화를 내다가도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주면 오히려 다시 보답을 하기 때문"(양)이다. "가끔은 고객 편에 서다 다른 부서와 마찰을 빚기도"(신) 한단다.

궁극의 목표를 물었더니 '친정엄마'라고 답했다. 온갖 고민과 속내를 다 털어놓아도 부담스럽지않고, 굳이 말하지않아도 알아서 척척 문제를 풀어주는, 늘 살갑게 대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일 터. 그리 되면 CRM이란 용어가 차츰 우리 귀에 덜 낯설게 다가오리라.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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