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지음/시대의 창 발행ㆍ268쪽ㆍ1만5,800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서울 중심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인이 지방으로 발령되면 좌천됐다고 절망하고, 세금 받아 운영하는 공기업마저 지방이전 정책에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피하는 이 나라에서 사람과 돈을 한라산 기슭으로 계속 실어나르는 별종 기업이 있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인터넷 기업 '다음'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다음의 제주 이전은 기업사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여러가지 질문거리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제주 출신의 언론인 김수종(62) 전 한국일보 주필은 '서울 에고이즘'에 반기를 든 다음의 실험을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인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에서 그는 다음의 제주 이전을 결정한 창업자에서부터, 제주도청의 기업유치 담당 공무원, 제주 근무를 얼씨구나 반긴 다음의 사원, 제주 근무를 극도로 반대했던 사원, 심지어는 다음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까지 만나 그 속내를 들었다. 다음의>
"일과 놀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사원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인터넷 기업에 긍정적 효과를 일으켰다" "초등학생 아이가 제주로 온 뒤 친구를 집에서 재우겠다고 하는 등 주변과 친해지고, 예의를 배우며 수줍음을 덜 타는 것을 본다" 같은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서울과 떨어져 있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큰 두려움이 숨어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 역시 없지는 않았다.
저자는 '서울을 벗어나려는 어떤 움직임도 중앙의 만유인력에 보복을 당하는 현실'에서 지방이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제주 이전 사례를 깊이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말한다. "다음은 제주도 역사상 가장 반가운 손님이다." 반가운 진객은 과연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인가? 실험은 계속중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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