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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념 수혈거부 환자, 사망해도 의사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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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념 수혈거부 환자, 사망해도 의사책임 없다"

입력
2009.06.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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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혈을 거부한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지 않아 환자가 숨졌다면 의사에게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치료방법에 대한 환자 자신의 결정과 의사로서의 의무가 상충할 경우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것이어서 향후 의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1단독 박정수 부장판사는 26일 수술 도중 과다 출혈한 환자에게 수혈을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광주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 이모(51)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수술 전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지 않을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충분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타가 수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며 "의사가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수혈을 하지 않은 것은 환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 또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달시킬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학적 견지에서 생명 보호를 위해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국가나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객관적으로 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돼서는 안 된다"며 "자살을 선택하기 위한 것을 제외한 환자의 치료방법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지법 김종복 공보판사는 "사안과 결론이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어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 12월20일 오전 11시께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수술실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환자 A(당시 62세)씨의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하던 중 혈관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이 발생하자 수술을 중단한 뒤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수혈을 하지 않아 10시간 30분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망 한 달 전 서울과 부산, 인천 지역 병원을 돌며 무수혈 수술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이씨의 병원을 찾아와 "(타가)수혈을 원치 않는다. 이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해 병원과 의료진에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수술을 받았다.

광주=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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