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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결핍에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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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결핍에 감사해야 한다

입력
2009.06.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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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법 알려진 개그맨이 고급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다니다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그의 행태는 용서 받을 수 없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연예인이 얼마나 고급 승용차가 부럽고 갖고 싶었으면 이성을 잃고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가난과 결핍이 장애로 취급 받는 세상 아닌가.

진정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갖고 싶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피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상의 이치다. 부자가 되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는 모든 갈망은 나에게 없는 것을 채우려는 근원적인 인간 욕망을 현실에 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의 성취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노력에 기대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요즘 우리 사회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부족하게 해준 것을 무척 미안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좀 더 공부시켜 주지 못해서, 좀 더 예쁘게 낳아주지 못해서, 좀 더 부유한 환경에서 키우지 못해서… 그래서인지 부모들은 자식의 요구에 쩔쩔매며 응하곤 한다. 아들이 서른이 넘도록 끌어안고 사는 캥거루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요즘이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자식들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한 게 없는데 왜 열심히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위대한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하며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몽골 초원의 그 험한 환경을 견디며 작은 부족을 이끄는 그였기에 훗날 위대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뼈저린 가난과 고독을 이겨낸 뒤 훗날 이런 말로 자신을 보상했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적을 추격해 쓰러뜨리고 그들의 재산을 차지하며 그들의 여자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빼앗아 타고 다니며 그 여자들의 몸을 침대와 베개 삼아 노는 것이다."

만약 그가 날 때부터 대제국의 왕자였다면 과연 그토록 스스로 채찍질하며 자기 완성을 향해 노력했을까.

프랑스 변방의 작은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은 아홉 살 때 부모 곁을 떠나 본토의 브리앤 보병학교에 진학했다. 거의 장애인 수준의 작은 키에 못생긴 용모와 옷차림, 모든 게 부족하고 촌스러웠다.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그가 느낀 결핍은 상상을 초월했다.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았고, 누구도 그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근무 외에는 독서다. 속옷은 일주일에 한번만 갈아입으면 된다. 밤잠을 아껴 책을 읽는다. 식사도 하루 한 끼로 버틴다. 어머님의 말씀대로 고독의 벗은 독서뿐이다."

이런 무서운 독서열을 발판으로 그는 훗날 프랑스 황제가 되었다. 그를 비웃던 배부른 귀족의 아들들이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것은 당연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결핍을 미안해 하거나 채워주려 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이 말했을 뿐이다.

"가난 때문에 비웃음을 받더라도 너는 결코 마음을 상하거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일찍이 부유함이 영웅을 낳은 전례는 없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다. 굳이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 아니어도 나를 더욱 강하게 채찍질해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는 결핍이 약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필요하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이 전제 조건이다.

고정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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