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은 없어도 건강관리, 생활관리가 잘 안돼 시들어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국문학ㆍ민속학자인 김열규(77ㆍ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노년 찬가'라 할 수 있는 <노년의 즐거움> (비아북 발행)을 펴냈다. 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노년은 교향곡 4악장의 마지막 코다와 같은 부분입니다. 지휘자들은 특히 손놀림에 신경 쓰지요. 그런 연주를 하듯 노년을 보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년의>
그는 책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5금(禁), 5권(勸)'을 제시한다. '잔소리와 군소리를 삼가라' '노하지 마라' '기죽는 소리는 하지 마라' '노탐을 부리지 마라'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는 노년에 멀리해야 할 다섯 가지 일이다. 반면 '큰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라' '두루두루 관대하라' '소탈한 식사가 천하의 맛이다'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라' '자주 많이 움직여라'는 다섯 가지의 노년 행동지침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사유도 제시한다. "죽음은 삶을 온전한 것으로, 보람찬 것으로 완성시켜주는 소중한 계기요, 동기라는 생각을 다짐해두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노년의 삶이 오히려 더 푸를 것이다."
<기호로 읽는 한국 문화> <한국인의 화> 등 많은 저서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학자인 그는 이순을 앞둔 1991년 "바깥일은 안하고 글 쓰고 책 읽는 일만 하겠다"고 다짐하고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귀향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30분씩 바닷가로 나가 산책하고 텃밭에서 고추, 토마토와 오이를 가꾸며 6~7시간씩 글을 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국인의> 기호로>
도깨비를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의 거울로 분석한 글을 막 탈고했으며, '참다운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도 구상 중이라는 그는 대학(진주 경산대, 서울 디지털대)에서 민속학 강의를, 고등학교(경남 산청 지리산고등학교)에서도 논술 강의를 하는 등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은 청청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마음가짐을 다스리는 일과 함께,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요청하며 말을 맺었다. "자식들에게 손 내밀 처지가 못되는 노인들, 그들이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조금이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가 머리를 모아야 합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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