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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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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입력
2009.06.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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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자들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데이트 비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지 못해왔다. 사무실의 후배만 해도 그렇다. 얼마 전 그는 여자친구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좀 고민하는 눈치였다. 여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콕 찍어준 스포츠회사의 점퍼는 준비해두었는데 문제는 저녁 식사였다. 생일이니만큼 좀 특별할 곳으로 예약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부담되어 어느 곳이 좋을까 저울질하는 중이었다. 갓 서른이 된 그의 연봉이라야 빤했다.

선물에 저녁 식사까지? 아무래도 세대 차이지 싶었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축하해주러 모인 친구들에게 밥 한 번 내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이었다. 한 신문에서 연애 칼럼니스트가 쓴 글을 읽었다. 데이트 비용을 대느라 힘이 드는 남자들의 하소연이었다. 문제는 연애가 끝난 뒤다. 사랑을 잃고 긴 상심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밀려오는 원가 생각이다. 남자들에게 남은 것은 텅 빈 지갑뿐이다.

그에 비해 남자들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던 여자들의 경우 경제적인 면에서는 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여자가 발끈했다. "데이트하는 동안 난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옷들을 사느라 돈을 마구 써댔다구." 칼럼니스트는 충고했다. 헤어진 뒤에 무일푼이 되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옷들은 고스란히 옷장에 남을 테니 이제부터 데이트 비용은 좀 같이 부담합시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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