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다. 올 상반기가 시작될 무렵 경제는 온통 불안과 걱정, 우울 '모드'로 뒤덮여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V자형 반등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어쨌든 조금은 더 나아질 것이란 심리가 경제 곳곳에 퍼져있음이 느껴진다. 권위 있는 전망들을 종합해봐도, 하반기는 플러스 성장이 확실해 보인다.
정부도 하반기를 맞아 몇 가지 정책 패키지들을 준비중이다. 우선 기업들의 투자애로를 덜어주기 위한 정책들이 발표된다. 현재 주요 경제 지표들을 놓고 볼 때 가장 부진한 것이 바로 기업설비투자다. 수출도 민간소비도 중요하지만,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결국 투자가 살아야 하는데 기업들은 웬만해선 움직일 태세가 아니다. 정부가 독려한다고 쉽게 재개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북돋을 방도가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할 듯 싶다.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정책도 준비중이다. 경제위기 하에서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 이런 경제적 절박함 외에, 추락한 지지율과 정치적 기반복원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서민속 행보'를 거듭할 분위기다. 그런 기조는 지난 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도 확인됐는데, 다만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돈(재정)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어 정부로서도 해법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종합대책'식의 정책 패키지들은 늘 '재탕삼탕'이 많다는 점이다. 과거 예로 보면 별 알맹이는 없고, 가짓수만 많은, 포장만 요란한 종합선물센트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기업투자애로 해소대책이나 서민생활안정대책은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주 주목해야 할 것을 하나 더 꼽으라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여와 야, 정부, 노동계간의 공방이 있다. 정말로 '비정규직 대란'이 일어날지, 혹은 당사자간 대타협의 도출로 새로운 제도 틀이 만들어질지 매우 주목된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 지난 과정은 분명 곱씹어 봐야겠다. 이미 예고된 홍역이었는데, 지난 2년 동안 뭘 하다가 당일치기하는 학생처럼 이렇게 임박해서야 난리법석을 피우는지 말이다.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어쩜 그리 옛날 그대로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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