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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시정부 청사' 함평에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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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시정부 청사' 함평에 되살렸다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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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일강(一江) 김철(金澈ㆍ1886~1934) 선생은 전남 함평의 천석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독립운동에 뜻을 두고 1917년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한 그는 가산을 처분해 임시정부 청사 마련 자금을 댔고 임정의 재무장 등으로 활동했다.

일강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자리한 함평군 신광면 함정리 구봉마을에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원형 그대로 복원돼 29일 문을 연다. 임정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상하이에서만 10여차례 거처를 옮겼는데, 함평에 복원된 청사는 1926년부터 32년까지 임정 청사로 쓰였던 상하이 도심의 3층 벽돌집을 본뜬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개관 준비가 한창인 구봉마을 임정 청사를 찾았다. 일강 선생의 동상과 영정을 모신 사당을 거쳐 임정 청사로 가는 길엔 무궁화, 해당화, 소나무, 산수유, 비비추 등 토종 나무와 꽃들이 즐비했고, 노랑 나비들이 날개를 팔랑이며 기자 일행을 뒤따랐다. 마치 독립운동가들의 넋이 나비로 환생해 길을 일러주는 듯해 절로 숙연해졌다.

청사는 크게 상하이 임정 청사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재현 공간과 관람객들이 독립운동가들의 투쟁과 고난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재현 공간을 둘러본 뒤 내려오면서 체험 공간을 거치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다.

청사 1층에는 회의실과 부엌,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 좁은 공간에 마련한 화장실 등이 상하이 청사 그대로 복원돼 있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회의탁자에 놓인 찻잔과 옷걸이, 선풍기, 부엌 식기, 화장실 변기까지 중국에서 구입하거나 주문해 들여온 것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 3층에는 침실 등 생활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은 국내로 돌아가 조국을 위한 사명을 다해야 한다." 비망록에는 독립군들의 결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어진 3층 전시공간에선 안후덕, 이도범 등 함평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이 곳에선 국민의례와 선서문 작성, 낭독, 기념촬영 등 독립군 입단 절차를 거쳐 사진 모형으로 전시된 김구, 안창호 선생과 악수를 나누고 '전장'으로 떠나는 기차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감옥 모형과 칼, 쇠망치, 철송곳 등 잔혹한 고문 기구들이 전시된 2층 고난 체험장을 거쳐 1층으로 내려오면 임정의 이동경로와 생활상, 광복군의 활동 등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함평군은 임정 청사 복원에 이어 청사 주변에 내년 말까지 30억원을 들여 당시 중국 거리를 재현하고, 독립군 생활터, 독립군 훈련체험장 등을 마련해 '독립운동사 테마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앞서 조성한 해보면 금덕리의 문장 3ㆍ1운동 기념공원, 안후덕 선생의 생가, 의병장 심수택 기념관 등을 연계해 역사문화 체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함평나비축제'의 성공적 개최로 '나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함평에 독립운동사를 주축으로 한 역사문화도시라는 새 옷을 입히겠다는 야심찬 행보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중국에서 상하이 임정 청사를 철거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럴 경우 우리 군에서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평=글·사진 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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