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체감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1980년대는 풍요의 시대였다. 냉전이 화해로 바뀌면서 세상은 밝고 경쾌해졌다. 음악도 그랬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아티스트가 등장했고, 히트곡은 지금보다도 더 빠르게 교체되었다.
과도할 정도로 음악이 흘러 넘쳤다. 그야말로 팝의 전성기였다. 변성기가 끝나고 소년에서 청년이 된 마이클 잭슨을 맞이한 건 그 무렵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금기에 진입하자마자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는 70년대의 풋풋함을 버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80년대의 세련미를 갖춘 음악을 선보였다. 전세계 음반 판매량에서 단일 음반으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스릴러'(Thriller)는 그 무렵 팝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때마침 엠티비(MTV)가 개국하면서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텔레비전을 통해 현란한 노래와 춤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춤은 단순한 동작의 연결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통제하는 완벽한 절제미를 보여주었다.
대중음악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를 능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다. 그는 동시대의 스타였고, 그의 음악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대중음악의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해주는 근원이었다.
안타깝게도 90년대 중반부터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싸구려 가십의 주인공이 되면서 절제가 생명이었던 그의 미덕도 느슨해졌다.
팝의 황제이자 팝과 동일한 의미로 존재했던 마이클 잭슨이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중음악의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해주는 샘물 하나가 영원히 말라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꿈과 사랑과 인간에 대해 노래했던 그의 음악까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의 음악처럼, 마이클 잭슨의 음악도 영원할 것이다. 큰 별 하나가 졌다.
한경석 핫트랙스 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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