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등 지음/시사IN북 발행ㆍ360쪽ㆍ1만2,000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서중석 전 '역사비평' 주간,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가 '인터뷰이'다. '인터뷰어'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 이문재 시인, 정태인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다.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 사람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이 책의 성격과 의미를 3분의 2쯤 설명해버린 느낌이다.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제목은 <거꾸로, 희망이다> . 거꾸로,>
책 내용은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올해 초 주최한 신년특강의 내용을 모은 것이다. 특강은 조금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인터뷰이로 소개된 이들이 주 강연자로, 인터뷰어로 소개된 이들이 보조강연자로 각각 1명씩 짝을 지어 강연했다. 그러나 책은 보조강연자가 주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재구성됐기 때문에 인터뷰집에 가깝다. 예컨대 정태인 교수가 김수행 교수에게 자본의 미래를 묻거나, 이문재 시인이 김종철 발행인에게 생태적 상상력을 묻는 식이다.
생태, 경제, 공동체, 사회, 역사, 심리 등 여섯 분야로 나눠 한국의 오늘을 진단하는 12명의 결론은 "암울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다시 감옥을 가는 시대로 역전"(박원순)됐다거나, "옳다, 그르다에 집착하는 사람은 모자란 사람 취급당하는 세상"(조한혜정)이라고 쓴소리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자들은 여기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치유의 시작"(정혜신)이고,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김종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희망의 근거는 "우리 국민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항상 선거로 바로잡곤 했"(서중석)기 때문이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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