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남북한간 이중간첩에 의해 납치돼 파리 근교 양계장에서 암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다음달 초 발간할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 이라는 책에 담겨진 내용이다. 박정희>
이 책에 따르면, 김형욱 암살 실행조는 2명이었고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요원 3명이 이들을 도왔다. 납치 당시 김형욱은 파리의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에서 도박 중이었는데, 중정 요원이 한국 여성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그를 유인했다. 이후 암살 실행조였던 조모씨가 등장한다.
조씨는 차에 올라탄 김형욱의 목을 꺾어 실신시킨 뒤 신원을 드러낼만한 소지품을 모두 빼냈다. 조씨는 파리에서 서북쪽으로 4㎞ 떨어진 양계장으로 가서 김형욱을 닭 사료용 분쇄기에 넣어 '처리'했다.
현장에는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에서 훈련을 받던 청와대 경호실 직원 곽모씨도 있었다. 김 전 의원은 올해 김형욱 사망 30주년을 맞아 김형욱 암살범이라고 주장하는 조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납치와 살해 경위 등을 재구성했다.
조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의 한 사립대를 나왔고 그의 부친은 일본 교토에서 조총련 간부를 지냈다. 일본에 밀항한 조씨는 이후 북한에 가 대남총책 김중린을 만났으며 김일성 전 주석과도 면담했다고 한다.
조씨는 북에서 각종 훈련을 받은 뒤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납치' 임무를 띠고 일본에 돌아왔으나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나 한국으로 추방됐다. 조씨는 한국에서 중정의 회유로 북파공작대 요원으로 전향했다.
김 전 의원은 책에서 "조씨가 79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술을 같이 마실 때 '김형욱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뭐, 그럴 것 없어'라고 답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의 김형욱 암살 직접 지시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대신 차지철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이 암살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추정했다.
김 전 의원은 85년에도 '박사월'이란 필명으로 <김형욱 회고록> 3권을 출간하는 등 이 사건을 소상히 알고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김형욱>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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