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이 26일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지역은 18세기 왕궁 등 문화 유산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 때문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나 최근 드레스덴시는 대형 다리를 건설하면서 경관을 파괴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스페인 세비야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을 심사해 '드레스덴 엘베 계곡'을 찬성 14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
세계유산 목록 삭제는 2007년 자연유산인 오만의 아라비안영양보호구역 이후 두 번째이며 문화유산으로는 처음이다. 아라비안영양보호구역의 경우 오만의 요청이 있어 심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WHC가 자체적으로 목록 삭제를 결정했다.
드레스덴시는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세계유산 등재구역의 중심에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4차로 규모의 교량 건설을, WHC의 세계유산 삭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진행해왔다. 다리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2005년 시민 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아 '주민 총의'로 다리 건설을 강행했다. 이날 목록 삭제가 결정되는 순간 일부 독일 교수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환성을 지르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파견된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채수희 서기관은 "21개 위원국 상당수가 이번 기회에 세계유산 보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공감했으며 이런 분위기가 표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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